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감독…스크린에서 전시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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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만나던 세 영화감독이 전시 작가로 나섰다.
'거미집' 개봉을 앞둔 김지운 감독,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정다희 애니메이션 감독은 '프라다 모드' 전시 '다중과 평행' 에서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설치 미술을 선보였다.
전시장에서는 세 감독이 각각 추천한 영화 '마의 계단'(1964, 김지운 추천)과 '초록 물고기'(1997, 연상호 추천), '다음 소희'(2022, 정다희 추천)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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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만나던 세 영화감독이 전시 작가로 나섰다. ‘거미집’ 개봉을 앞둔 김지운 감독,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정다희 애니메이션 감독은 ‘프라다 모드’ 전시 ‘다중과 평행’ 에서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설치 미술을 선보였다. 프라다 모드는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런던, 홍콩, 마이애미,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문화행사로 올해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렸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시 기획자인 이숙경 큐레이터는 “한국의 현대문화와 동시대의 감수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매체로 서울 전시에서 영화를 선정했다”면서 “현실과 예술 사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지닌 세 감독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이 형제인 미술가 박찬경과 ‘파킹 찬스’라는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전시작업을 한 적이 있지만 상업영화 감독들이 전시 작가로 나선 건 처음이다.
김지운 감독은 전시장 곳곳에 평상을 펼치고 그 위에 밥상과 만화책, 부채, 카세트라디오 같은 오래된 일상 도구를 올려놓고 그 위에 감독이 작업한 단편 동영상을 상영하는 작품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선보였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김 감독의 신작 ‘거미집’의 시대적 배경과도 연결되는 한 시대의 표정이다.
김 감독은 간담회에서 “주최 측한테 서울에 대해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서울 토박이로 자라며 최상과 최악의 것들이 핵융합하듯이 빠르게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라진 것의 상징으로 평상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집 앞에 펼쳐진 평상은 동네 사람들이 서로를 보살피는 공동체를 형성하던 공간이었는데 도시가 고도화되면서 사라진 대표적 풍경이다. 잊혀진 평상을 다시 떠올리며 우리가 진짜 잃은 게 무엇일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전시 의도를 말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했던 드라마 제목이자 이번 전시 제목인 ‘지옥’은 드라마의 고시원 세트장을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다. 고시원이라고 적혀있는 유리문을 통과하면 그릇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부엌과 방문들이 굳게 닫혀있는 좁은 복도를 지나 폴리스라인이 어지럽게 처진 방이 등장한다. 점차 무너지는 복도 벽 끝으로 이어진 흰 공간에는 드라마 ‘지옥’에서 타죽은 시체를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가 놓여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연 감독은 “이제는 사라진 피맛골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시 공간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면서 “드라마 ‘지옥’이 일상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처럼 고시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통해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며 뒤틀린 심리세계까지 이어지는 풍경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의자 위의 남자’ ‘빈방’ ‘움직임의 사전’ 등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칸영화제,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에 초청받은 정다희 감독은 종이와 빛을 주제로 종이 위의 그림이 빛을 받아 움직임(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여러 개의 프로젝션과 모니터로 보여주는 ‘종이, 빛, 유령’을 선보였다. 정 감독은 “영화를 공간에서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면서 종이라는 물질과 빛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세 감독이 각각 추천한 영화 ‘마의 계단’(1964, 김지운 추천)과 ‘초록 물고기’(1997, 연상호 추천), ‘다음 소희’(2022, 정다희 추천)도 상영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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