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저하와 과도한 긴장”···‘수술실 CCTV’ 두고 헌법소원 낸 의사들
오는 25일부터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조항이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환자단체는 해당 법의 촬영 거부 기준이 모호하다며 법 시행 후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과 병협은 5일 “수술실 CCTV 의무화를 규정한 의료법이 의사 등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담은 개정 의료법은 2021년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25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전신마취 등 의식 없는 상태의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또 병원장 등은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해야 한다. 다만 ‘긴급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 또는 ‘전공의 수련 등 병원의 목적 달성에 현저하게 방해될 우려’가 있으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병원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의협 등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 법이 시행된다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특히 상시 감시 상태에 놓인 의료진에게 집중력 저하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수술 환경이 악화하고 의료진이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는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우리나라 필수의료체계와 보건의료를 붕괴시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환자 단체는 개정 의료법에서 병원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사실 그 법에 대해선 환자들이 훨씬 더 불만이 많다”며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항도 굉장히 (범위가) 넓고 당사자가 활용하는 것도 어렵게 돼 있고, 영상 보관 기관인 30일도 장례 치르고 나면 시간이 금방 지날 정도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시행령을 보면 병원이 CCTV 촬영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기준은 여섯 가지다.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앓는 환자의 수술,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각각의 기준들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고 범위가 넓어 의료기관이 자의적으로 영상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환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그동안 수술실이 안전하지 않고 인권이 보호되지 않다 보니 CCTV 말고는 다른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법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문제가 많아도 법이 시행된 후에 서로 같이 개선해 가야 할 문제이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렵게 국회를 통과하고 1년 6개월 동안 시행 준비까지 한 상태에서 곧 시행을 앞두고 (의협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건 유감스럽다”고 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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