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수순’ 상상인저축銀, 새 주인 찾기도 험난… 경기권 한계·건전성 부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사실상 매각 수순
올 들어 적자 전환, 부동산 PF 부실 불거져
우리금융 등 인수전 뛰어들 가능성 제기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강제 매각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 시장에서는 두 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도 영업 가능 지역이 한정돼 있고, 최근 재무 건전성도 악화돼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정례회의를 통해 상상인그룹 계열의 두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5월 두 저축은행과 상상인의 유준원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금융위 승소 판결을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 불법 대출과 허위 보고, 의무 대출비율 미준수 등의 혐의로 1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유 대표 역시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두 저축은행은 지주사 격인 상상인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유 대표는 상상인 지분의 23.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로 유 대표는 2주 안에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6개월 안에 보유 지분을 10%까지만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 이미 내려진 금융위의 중징계 처분을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저축은행이 매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상반기 적자 전환, 부동산 PF로 건전성도 악화
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2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4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들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와 대손상각비 증가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인해 자산건전성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7%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에 비해 8.6%포인트 급등했다. 연체대출 비율도 3%에서 10.9%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에서 고정 등급 이하의 부실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가 상승하면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것을 의미한다. 고정 이하 여신인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등은 모두 부실채권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상상인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에서 올해 상반기 567억원의 연체액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857억원의 연체액이 발생한 OK저축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연체율은 14.1%로 저축은행 중 가장 높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강제 매각 조치에 들어가도 쉽사리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영업 가능 지역이 경기권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도 인수 후보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부족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현재 경기 분당과 일산, 부천, 평촌 등 4곳에 지점이 있다. 충청권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경우 충남 천안과 대전 등 2곳의 지점만 운영 중이다.
저축은행 업무 권역의 여·수신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의 저축은행 총여신 잔액은 67조7881억원으로 전체의 61.1%를 차지했다. 자산 규모가 가장 많은 SBI와 OK, 웰컴저축은행 등과 금융지주사 계열인 신한, KB, 하나, NH 등은 서울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 수도권 진출 노리는 우리금융 등 거론
일각에서는 매각 가액이 낮은 수준으로 형성될 경우 수도권으로 영업 가능 범위를 확장하려는 일부 저축은행과 금융사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인수 후보사 중 한 곳은 우리금융지주 계열의 우리금융저축은행이다. 다른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이 서울을 무대로 하는 반면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충청권인 청주에 본점을 두고 있다. 자산 규모도 1조6000억원 수준으로 2조원이 넘는 경쟁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에 비해 작다.
만약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상상인·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총자산 규모는 6조원대 수준으로 급증한다. 또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충청권에서도 천안과 대전을 기반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난달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인수 규제를 완화하면서, 인수자는 적기 시정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에 한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은행을 최대 4곳까지 소유할 수 있다.
다만,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업황이 좋지 않은 저축은행보다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실제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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