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베즈다 이적' 황인범 향해 "배신자"는 기본, 욕설 가득...올림피아코스 팬 악플 세례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한 황인범을 향해 올림피아코스 팬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즈베즈다는 5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황인범 영입을 발표해 매우 기쁘다. 올림피아코스를 떠나 4년 계약을 맺게 됐다. 황인범은 1996년생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A매치 45경기에 나왔고 5골을 넣었다. K리그에서 최고 선수로 뛰었고 루빈 카잔, 올림피아코스에서 뛰며 유럽 경험을 쌓았다. 중원을 책임질 것이다"라면서 황인범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황인범도 곧바로 SNS를 통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황인범은 "모든 올림피아코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지난 시즌에 보내주신 응원과 사랑을 생각하면 제가 받아온 모든 비난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한 팀원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이 현재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고 있어서 행복하다. 유로파리그에서 우승과 성공을 거두길 기원한다. 감사하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올림피아코스 팬들의 여론은 매우 싸늘하다.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이 가득 담긴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한 팬은 "아무도 네가 팀에서 떠난 걸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황인범의 작별인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팬은 장문의 댓글로 "우리 팬들은 처음부터 당신을 환영했고, 사랑했다. 팀도 경기장 안팎에서 너를 존중했다. 그러나 황인범은 모두를 배신했고, 팀을 협박했다. 존중도 없었다.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는 거짓말 같다. 구단의 전설이 되어서 최고의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었는데 당신의 무모한 행동이 너를 어디로 이적하게 만들었는지를 봐라"라며 황인범을 맹비난했다.
올림피아코스 팬들의 여론이 좋지 못한 이유는 이적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심한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황인범의 거취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8월 중순이었다. 당시 그리스 '에르츠 스포츠'는 "황인범이 공식적으로 올림피아코스를 떠나고 싶다고 의사 표명을 했다. 계약기간이 2년 남았지만 황인범은 즉시 이적을 요구했고 그래서 헹크와의 경기에서도 명단 제외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올림피아코스는 팀 위에는 아무도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황인범에게 분노하고 있고, 법정 소송까지 불사할 생각이다.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와 2025년 6월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이는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는 계약기간에 대한 의견차이를 보였다.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이 입단 당시에 2025년 6월까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인범은 1+2년 계약을 체결했다며 자신을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구단과 선수가 계약 상황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추측되는 유력한 사유는 황인범이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하는 장치가 됐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실시한 특별 규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양 측의 의견이 갈렸다는 것이다.
FIFA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벌어지자 2022년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리그에 소속된 외국인 선수들에게 1년 동안 계약을 임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에 황인범은 자유계약 신분으로 FC서울로 입단했고, 3개월 후 유럽 이적을 추진했다.
2022년 6월, FIF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소속 구단 외국인들의 계약 임시 중단을 1년 더 연장해줬다. 특별 조항이 1년 더 연장되면서 황인범과 루빈 카잔의 계약 효력은 사라진 셈이었다. 황인범은 2023년 6월까지 루빈 카잔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황인범은 FA 신분으로 간주됐고, 이적료 없이 올림피아코스로 합류할 수 있었다.
이적 첫 해부터 황인범은 그리스 리그를 지배했다. 황인범은 공식전 40경기에서 5골 4도움으로 맹활약했다. 공격 포인트로만 황인범의 존재감을 설명할 수 없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 영향력을 보여주면서 올림피아코스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3-24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황인범이 이적을 요청하면서 구단과 선수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올림피아코스는 법적 투쟁까지도 불사할 각오였다. 만약 황인범이 떠나고 싶다면 1000만 유로(약 143억 원) 이상의 이적료 제안이 와야만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1000만 유로의 이적료는 그리스 리그 선수한테는 매우 높은 이적료다. 2020년 이후로 그리스 리그를 떠난 선수 중 1000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는 단 2명 밖에 없다. 프리미어리그(PL) 구단을 제외하면 그리스 리그 선수에게 150억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 팀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황인범이 구단과 마찰을 빚자 당연히 팬들의 여론은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황인범은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유럽 빅리그들의 이적시장이 마감되면서 황인범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때 세르비아 명문인 즈베즈다가 손을 내밀었고, 올림피아코스가 원했던 이적료의 절반 정도를 지불하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세르비아 'SPORTAL'은 "황인범은 즈베즈다 역사상 가장 비싼 이적료가 될 것이다. 즈베즈다는 3번에 걸쳐 올림피아코스에 이적료를 지불할 것이다.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는 분쟁 중이다. 황인범은 이번 여름 계약이 만료된다고 믿었고 올림피아코스는 계약기간이 2년 더 유효하다고 느꼈다. 이적료로 1500만 유로(약 213억 원)를 요구했다"며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설명했다.
이어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는데 즈베즈다가 합류해 황인범 영입을 원해 올림피아코스와 타협했다. 즈베즈다는 3년 동안 500만 유로를 지불하고 황인범과 4년 게약을 맺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선수를 데려왔다. 황인범은 아시아 최고 선수다. 즈베즈다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즈베즈다는 세르비아 최고 명문 구단 중 하나다. 이번 시즌 리그 우승 자격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도 참가한다. UCL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은 없지만 꾸준히 UCL 무대에 나서고 있는 팀이다.
이번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 RB 라이프치히, 영 보이즈와 함께 G조로 편성됐다. 냉정하게 16강 진출이 쉬워보이지 않지만 맨시티나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이변을 연출한다면 기적적인 16강 진출도 가능하다. 즈베즈다 원정은 모든 팀이 어려워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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