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는 인체정보가 담긴 블랙박스다[지정현의 치아 건강이 100세 건강]
사람의 몸에서 치아만큼 단단한 것이 없습니다. 이 단단한 치아는 불에 타도 남아 있고, 수천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때 치아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치아는 사람의 생김새만큼 다양합니다. 치아의 길이, 넓이, 두께, 색깔, 투명도, 매끈한 정도 등이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치아뿌리도 굵기와 길이가 다양합니다. 휘어 있는 정도도 다양합니다. 어금니는 뿌리의 수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사고 전에 치과에서 위턱과 아래턱이 한 화면에 찍히는 파노라마 방사선 사진을 찍은 기록이 있다면 비교해서 같은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파노라마 사진이 없더라도 치과진료 기록이 있다면 어느 치아에 금인레이가 있고, 어디에 아말감이 있고 임플란트가 어디에 있다든지, 사랑니를 뺐는지, 젖니가 남아 있다든지 하는 특성을 보고 같은 사람인지를 감별할 수 있습니다.
범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죽은 사람의 신원을 바꿔치기할 때 치과기록에 맞춰 다른 시체에 그 사람의 치과기록과 같은 치료를 해서 그 사람인 것처럼 위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차량 폭파나 화재로 시신이 완전히 훼손되고 유전자 감식이 어려운 경우에 남아 있는 치아로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감식을 하는 분야가 법치의학입니다.
우리가 치아에서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나이입니다. 치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른 장기의 발생과 성장 과정에 비해 개인차나 다양성이 훨씬 적기 때문에 연령추정에 가장 적합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치아의 맹출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치아가 어느 정도 석회화돼 있고, 얼마나 닳아 있는지, 치아 안에 신경이 들어 있는 치수강 공간이 얼마나 넓고 좁은지를 보고 연령을 측정하게 됩니다. 또한 치아의 비중과 경도를 측정하고 치아의 미세조직의 변화와 치아 내 아미노산 성분의 라세미화 반응속도를 분석하는 방법 등을 사용해 연령을 측정하게 됩니다. 치아가 단 하나만 있어도 연령 측정은 가능합니다. 지진이나 산불·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사망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거나 건물붕괴와 폭파사고로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때 연령감정은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연령감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전 14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혼자 탈출해서 17세 때 유럽에 도착한 소년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벨기에에 도착한 아이는 18세 전이면 학교에 다닐 수가 있고, 그 이상이면 수용소에서 하는 일 없이 있어야만 했습니다. 주인공은 병원에서 뼈와 치아로 연령감정을 받고 17세로 나와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광복 전이나 전쟁통에 주민등록상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달라서 연령감정을 받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임상적으로 발육성장기의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치아의 맹출 시기와 석회화 정도를 판정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성인에게는 치열의 교모도(닳아 있는 정도)를 분석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의 구강내과를 찾아가면 치아로 연령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방영된 ‘수사반장’에서 죽은 부인의 몸에 나 있는 물린 자국을 보고, 그 남편을 의심한 수사반장이 그 남편에게 껌을 씹게 한 뒤 뱉어낸 껌을 국과수에 보내 물린 자국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물린 자국, 즉 교흔은 강간이나 살인과 아동학대 등에서 사건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치아는 죽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고, 화재나 폭파에도 남아 있습니다. 치아에 생긴 상처, 즉 깨지거나 균열이 생긴 것이나 치료의 흔적과 닳아 있는 정도나 석회화 정도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이도 알 수 있고, 어떤 형태의 음식을 주로 먹었는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게 하는 치아는 그 사람의 블랙박스입니다. 치아는 비행기가 폭파해서 산산조각이 나도 파괴되지 않고 수많은 은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처럼 단단하면서도 신비한 생체정보를 제공합니다.
■지정현은 누구?
지정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외래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죽전 스마트치과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죽전 스마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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