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에 '커리어하이' 찍을 기세...'회춘'한 왕조 출신 유격수의 불꽃 같은 2023시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2015~2016시즌 2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두산 왕조를 이끌었던 김재호의 나이도 어느덧 38세다. 그런데 올 시즌 이 베테랑 유격수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시즌 초 이승엽 감독은 "김재호 등 유격수 3명, 내 눈엔 모두 부족하다"라며 냉정한 평가를 했고 김재호는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2021년 타율 0.209, 2022년 타율 0.215에 그쳤던 그는 올 시즌도 이렇게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38세의 노장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근 그의 활약을 두고 '회춘했다'라는 말도 나온다. 자세히 성적을 들여다보면 회춘을 넘어 '커리어하이' 수준이다.
5일 현재 김재호는 타율 0.340(162타수 55안타) 2홈런 19타점 25득점 3도루 22볼넷을 기록 중이다. 65경기 출전, 규정타석의 절반 수준만 소화했지만, 그의 성적은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출루율 0.438로 데뷔 후 처음 4할대 출루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타율 0.420 OPS 0.858 wRC+ 152.4 모든 수치가 커리어하이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그는 무서울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8월 한 달 동안 21경기 타율 0.435(62타수 27안타) 2홈런 12타점 OPS 1.135로 전성기 시절보다 뛰어난 타격을 보여줬다.
최근 두산은 6위로 쳐지며 치열한 5위 싸움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 믿었던 김재환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며 사실상 김재호가 타선을 이끌고 있다. 그는 6월부터 매달 3할 이상의 월간 타율을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지닌 그가 2번 타순을 지키면서 두산의 상위 타선에 짜임새로 생겼다. 김재호가 정수빈과 함께 테이블세터를 구축하자 중심타자 양의지에게 찬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유찬, 안재석 등 유망주들의 부진에 걱정이 많았던 두산에 김재호의 활약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한편 두산에서만 1700 경기 이상 뛴 김재호는 전성기 시절에도 공격보다는 수비가 뛰어난 선수였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핸들링이 장점인 유격수였다. 두산이 세 차례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며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건 그라운드의 사령관 김재호의 안정적인 수비가 있어서였다.
나이가 들면서 최근 몇 년간 공수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던 김재호지만 올 시즌은 팀 내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김재호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현재 두산은 55승 55패 1무로 5위 NC와 3경기 차 6위다. 가을 야구 마지노선인 5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하다.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베테랑들은 상대의 노림수를 정확히 읽고 대처하며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김재호는 팀의 공·수 모두를 지탱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호는 선수 생활 황혼기에 물오른 방망이를 휘두르며 후배들을 이끌고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오늘도 땀 흘리고 있다.
[38세의 나이에 모든 공격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 김재호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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