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측 “진실의 힘은 강해···타임라인 분 단위 기록”
진술거부하지 않고 정면돌파…해병대 동기들 동행
‘VIP 언급’ 녹취 존재 여부엔 변호사 “확인해봐야”
항명 등의 혐의로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이 5일 국방부 검찰단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국방부 검찰단의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지 나흘 만에 진행된 조사다. 박 대령 측은 “진실의 힘이 강하다”며 “박 대령은 메모를 꼼꼼하게 했고 타임라인이 분 단위로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박 대령이 입장하는 길에 해병대 동기들이 함께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을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채모 해병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와 경찰 이첩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 역시 국방부의 예하조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검찰단의 조사를 거부해왔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3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1일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박 대령은 향후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 측 변호인 정관영 변호사는 이날 검찰단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장관에서 수사단장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는) 구체적인 명령이 순차적으로 하달됐는지를 검찰이 밝혀야 하는 것인데 지금 입증 책임이 전환된 상태”라며 “피의자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진술할 예정이다. 진실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박 대령은 메모를 꼼꼼하게 했고 타임라인이 분 단위로 기록돼있다”며 “박 대령이 알고 있는 진실과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려는 본인의 과업에 대한 열정, 명예가 증거물”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외압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VIP’(윤석열 대통령)를 언급하는 부분의 녹음파일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령 측 변호인단의 김정민 변호사는 전날 CBS 라디오에서 “법무관리관의 외압에 관련된 녹취, 해병대 사령관이 대통령을 언급한 녹취 등 두 가지는 갖고 이 싸움을 벌였어야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좀 너무 순진했지 않느냐”라고 말해 녹음파일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녹음 파일을 확보했거나 존재 여부를 박 대령에게 물은 적은 없다고 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지난 7월31일 김 사령관이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간 (해병대)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7월31일은 박 대령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의 수사단 결론을 국방부 기자단에 브리핑하려다가 돌연 취소된 날이다. 진술서가 알려지자 윤 대통령이 임 사단장 구하기에 앞장섰다는 의혹이 일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의혹을 부인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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