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난 줄 알았는데”…이복현은 왜 ‘라임 사태’ 다시 들여다봤나
이복현 “특혜 환매는 명백한 불법”…증권사‧정치권 ‘초긴장’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2020년 1조6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피해를 낳았던 '라임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체제에서 라임 사태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결정하면서다. 취임 일성으로 '라임 재조사'를 언급했던 이 원장이 약 1년여 만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모습이다.
3년이 흐른 현재 라임 사태 수사의 초점도 사뭇 달라졌다. 과거 검찰의 라임 사태 수사는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운용 정황과 이를 알고도 판매한 증권사의 책임을 묻는 데 맞춰졌다면, 지금은 고위 공직자를 위해 불법적으로 돈을 빼돌려 돌려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논란의 정중앙에 선 증권사와 정치권은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라임 재조사 "올 게 왔다"…증권가도 정치권도 '긴장'
5일 관련 업계 분위기를 종합하면, 금감원의 라임 사태 재조사는 예견됐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정부 때부터 라임 사태와 관련해 '봐주기 수사'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됐다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부활했다. 여기에 검사 출신인 이 원장도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라임 사태와 관련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면서 재수사의 신호탄을 쐈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라임 사태 재조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수단 부활부터 금감원의 재조사 결정까지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라임 사태 초기부터 지난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어 온 만큼,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세로 활용하기 위해 라임 사태 재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원장은 "원칙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취임 이후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진행한 것이다. 사건의 실체에 맞게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른바 '정치공작' 의혹을 부인했다. 이 원장은 "불법 환매의 직접적 수익자가 고위직이고 판매사나 운용사는 수익자가 고위 공직자인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게 명백하다"며 "오히려 이를 알리지 않는 게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라임펀드 재조사 후폭풍…증권사 CEO 연임도 안갯속
다만 이 원장의 입장과는 별개로 라임 사태 재조사를 계기로 정치권과 증권가는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 관련 재조사 결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직전 라임자산운용이 다른 펀드 자금을 불법적으로 끌어다 써 다선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에 특혜성 환매를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다수가 원금의 대부분을 잃었는데, 유력 인사들은 특혜성 환매를 통해 투자금을 미리 회수했다는 것이다. 해당 정치권 유력 인사로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목됐다.
금감원은 천문학적 피해를 낳은 라임 사태의 시작이 이처럼 무리한 특혜성 환매에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태 추가 조사 결과 피투자기업에서 약 2000억원의 횡령 혐의가 추가로 발견된 터라, 이들이 유용한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해당 자금이 어떻게 악용됐는지는 수사당국이 확인해야 할 수사의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상희 의원은 "수천만원의 손해만 봤을 뿐 특혜 환매는 없었다"며 강력 반발했다. 증권사들 역시 이미 금융당국 조사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라임사태 재조사 결과가 금융위원회 최종 제재 수위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와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등은 2021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문책 경고'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는 금융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며, 확정될 경우 이들은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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