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왕릉뷰 아파트' 사건 대법원 간다..문화재청 상고장 접수

유동주 기자, 성시호 기자 2023. 9. 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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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뉴스1) 민경석 기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건설돼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의 입주가 승인돼 31일부터 입주가 가능해진다. 인천 서구청 등에 따르면 30일 인천 검단 신도시에 735세대 규모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에 사용검사 확인증을 발부했다. 사용검사는 입주 전 진행하는 마지막 점검 절차로, 관할구청이 사용을 승인하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사진은 31일 경기 김포 장릉에서 바라본 '왕릉뷰 아파트' 모습. 2022.5.31/뉴스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기도 김포 장릉(章陵)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를 두고 문화재청과 건설사가 벌여온 법정 다툼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5일 법원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전날(4일) 대방건설이 궁능유적본부(문화재청)를 상대로 낸 공사중지명령 취소소송에 대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이 대방건설이 승소한 1심 판결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1·2심에서 연패한 문화재청이 3심 판단을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선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지킴이를 자처하며 낸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을 보는 분위기다.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은 건설사는 대방건설 외에도 대광이엔씨·제이에스글로벌이 있다. 대광이엔씨는 7일, 제이에스글로벌은 22일 차례로 항소심 판결선고를 앞뒀다. 두 건설사들도 소송관련 사실관계자 대방건설과 같아 2심에서 승소할 것으로 보인다.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아파트 사업부지가 '역사환경문화지구'에 해당한다는 문화재청의 논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이 주장한 문화유산 보존 명분이 무색해진 것이다.

앞서 건설사 3곳은 문화재청이 2021년 7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아파트 19동이 허가 없이 건설되고 있다'며 공사중지를 명령하자 각각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7~8월에 나온 1심 결과도 모두 건설사들의 승소였다.

1·2심 재판을 통해 새로 밝혀진 사실도 있다. 문화재청은 2007년 조선왕릉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시 신청서류에 이미 '장릉의 전면 안산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조망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17년전 직접 기술했던 이 내용은 조선왕릉의 조망경관이 어느 정도 훼손돼 있는 상태란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로 쓰였다.

1심 재판부는 "조망경관이 완전치 않다는 사실은 이미 고려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방건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어 "새로 지어진 아파트 상층부가 일부 철거되더라도 앞뒤에 위치한 아파트 건물 때문에 조망이 회복될 가능성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문화재청 명령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으로 문화재청은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이 이전엔 인정해주던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보존 명분 논리를 이번 사건에선 아예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유사사건에서 이번 판결이 판례로 작용해 문화재청이 훨씬 불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법' 위반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화재 반경 500m 내 '역사환경문화지구'에 공사를 하면 문화재 당국에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었단 게 문화재청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500m'이내에선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한단 주장에 대해 오히려 법원은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주거지역은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200m 이내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며 배척했다.

해당 아파트 건설 지역이 200m 이상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보존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문화재청 허가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향후 경기도와 유사한 조례가 있는 지역에선 역사문화보존구역에서 200m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아파트 건설에 문화재청 허가가 불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외곽 경계로부터 200~500m 이내 지역에서 10m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경우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을 의무까진 없다"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왕릉뷰 아파트가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큰 건축물로 보기 어렵다"며 문화재청의 주요 주장인 '경관 훼손'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결과를 보면 별다른 조망침해가 없고 장릉 역시 기존 아파트로 조망이 훼손돼 있었다"며 "조망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다는건 세계문화유산 등록 당시에도 고려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동구릉과 정릉, 의릉, 선릉·정릉 등 다른 봉분도 건물로 경관이 가려져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건설사 등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사태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왕릉뷰 아파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김포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다.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다. '왕릉뷰 아파트'로 지목된 건설사 3곳의 아파트 19동은 지난해 입주절차를 마쳤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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