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의 호전적 밀착에도 중국은 '침묵'…무엇을 관망하나

노민호 기자 2023. 9. 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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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김정은 방러·러시아의 연합훈련 추진에도 표면적으로는 '무반응'
전문가 "中의 당면 문제는 경제…북러와 '완전 결부' 꺼릴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도 '3각 밀착' 구도에서의 역할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다만 북러의 빠른 동향에도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침묵'하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각종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 김 총비서가 오는 10~13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기간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도 보도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김 총비서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족한 무기를 북한에서 구입하는 것과 관련한 '거래'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또 김 총비서는 그 대가로 인공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 고도화를 위한 핵심 기술 제공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김 총비서가 △러시아 태평양 함대사령부 소속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있는 '33번 부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1500㎞ 떨어진 우주발사 기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등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북한, 러시아 측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NYT 보도는 미 관리들을 인용했고, 북러 회담 계획이 너무 상세하게 전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관련 내용을 언론에 흘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 발(發)로 북중 협력 강화 동향이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같은 북러, 북중러의 적극적 활동에 제동을 거는 측면에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보력을 과시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북러 간 연합훈련 실시 가능성에 "논의되고 있다"라며 "왜 안 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도 지난 2일 같은 매체에 '사견'을 전제로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하는 구상이 "적절해 보인다"라고 말하는 등 한미일에 대응하는 차원의 러시아의 여론전이 잦아지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27일)을 계기로 방북해 김 총비서와 함께 '무장장비전시회'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보고에서 쇼이구 장관의 방북 때 러시아가 북한에 북중러 해상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News1 DB

△김 총비서의 방러, △북러 간 무기 거래 △북중러 연합훈련 등이 현실화 될 경우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는 가장 심화되고,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정세 악화도 최악의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 측의 적극적인 여론전과 미국에서 나온 북러 정상회담 개최 관련 보도에도 정작 북중러 진영의 '대장' 격인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일의 밀착에는 비교적 발빠르게 반발했던 중국 관영매체도 북중러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이 북중러 3각 협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신냉전 구도의 '진영 대결'보다 미국과의 양자 대결에서의 승패가 중요한 중국은 군사협력 중심의 북중러 3각 협력의 범위가 확장될 경우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는 각각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와 비난을 받으며 외교적 명분을 많이 상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동조할 경우 자칫 국제사회에서 '격'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면치 못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러 입장에선 중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바라겠지만 중국은 이런 구도에는 완전히 결부되는 걸 꺼릴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양 책임연구원은 "북중러 3각 연합훈련이란, 다르게 말하면 중국이 서방국가와 일대 결전을 벌이겠다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라며 "중국의 가장 중요한 당면 문제는 경제고, 중요한 수출 시장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내부 사정(경제)이 어려워진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한일 양국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 관리하려는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북러와의 너무 심한 밀착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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