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작업한 매듭 모두 기증한 이부자 씨 "함께 예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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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냐고요? 한 번도 없었어요. 나는 뭐 안 먹어도 얘네들한테는 돈 썼죠."
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증 특별전 '매듭' 전시장에서 만난 이씨는 "작품을 박물관에 모두 보낸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회상했다.
이씨는 "다양한 매듭 방식뿐 아니라 바느질, 자수 하나하나 내가 직접 한 것"이라며 본인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입었던 모시 옷감을 재사용한 발걸이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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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매듭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냐고요? 한 번도 없었어요. 나는 뭐 안 먹어도 얘네들한테는 돈 썼죠."
매듭공예가 이부자(79) 씨는 반평생을 '앉아서' 지냈다.
여러 가닥의 실을 모아 끈목을 만들고, 원하는 색을 입히고, 용도에 맞게 일정한 굵기와 길이로 만들어 매듭을 맺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하루 5∼6시간 앉아 있는 게 일상이었다.
1980년대 초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보유자 고(故) 김희진(1934∼2021) 장인의 강의를 들은 이후 40년 넘게 이어져 온 삶이었다.
오랜 기간 스승의 작업을 도왔던 그가 만든 작품은 총 144점.
그는 정성을 들여 하나하나 맺은 매듭을 올해 초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누군가에게 소개하길 '정성껏 손으로 맺은 제 삶의 시간' 모두였다.
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증 특별전 '매듭' 전시장에서 만난 이씨는 "작품을 박물관에 모두 보낸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회상했다.
이부자 씨가 매듭 세계에 빠지게 된 건 우연이었다.
1963년 서울사대부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성북구 돈암동 성당을 다니던 중 독일인 수녀로부터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류 전문 공장에서 일하며 직업전문학교를 병행해서 다니는 방식이었다.
약 4년간 독일에서 머문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독일로 파견 가는 간호사에게 독일어를 가르쳤고,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본부에서 통역 업무를 맡기도 했다.
그의 삶을 바꾼 건 신문에 실린 김희진 장인의 강의 소개 기사였다. 무작정 찾아갔고 그 길로 매듭에 빠졌다.
이씨는 "우연히 시작했지만, 하는 것마다 잘한다고, 김희진 제자 중에는 이부자 솜씨가 최고라는 말이 듣기 좋아서 더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그는 2012년 만든 호랑이발톱 노리개를 가리키며 "돈을 준다고 해도 못 구하는 게 호랑이 발톱인데, 오래전부터 인사동 등을 돌며 겨우 구해서 완성했다"고 말했다.
천연염색 연구가 이병찬 씨의 권유로 기증을 생각했을 때만 해도 그는 작품 일부만 내놓으려 했다. 그러나 3∼4차례 박물관 관계자들과 만나며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가족과 조카들이 '딱 하나만 남겨두자'고 했지만, 그 역시 박물관과 약속한 것이라며 거절했다.
이씨는 "다양한 매듭 방식뿐 아니라 바느질, 자수 하나하나 내가 직접 한 것"이라며 본인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입었던 모시 옷감을 재사용한 발걸이를 소개했다.
매듭을 만드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정도로 느린 작업이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몇 달은 기본이고, 1년 넘게 걸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씨는 독일에서 지내며 생긴 습관이라며 맥주 한 캔을 두고 일할 때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보니 허리, 무릎, 어깨 등 안 아픈 데가 없다. 양반다리도 잘 못할 정도"라면서도 "그래도 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전시장을 둘러보면서도 '다림질을 조금 더 하는 게 나을까', '(노리개의) 술이 더 가지런하면 좋을까'라고 말하며 전시된 작품을 한참 쳐다봤다.
이씨는 "이제 나이가 있어 더 작업할 수 있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번 전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면 좋겠냐고요? 그저 요즘 사람들이 '예쁘다', '정말 예쁘다' 하면 그거면 좋지요." (웃음)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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