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비싼데 OK…LH, 매입임대도 부실했다

이민하 기자 2023. 9. 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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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매임임대사업 운영실태 특정감사…원희룡 국토부 장관 감찰 지시 후속 조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표적인 주거복지사업인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관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입 주택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높게 책정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임대주택 매입 심사도 담당자에 따라 '고무줄 기준'으로 적용됐다. 지역 담당자에 따라 매입이 불가한 주택이 적정 주택으로 선정되는 사례도 드러났다.

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LH 감사실은 매입임대사업 운영실태 특정감사 결과, 임대주택 매입 과정에서 주택가격 부풀리기 등 감정평가가 부적정하게 이뤄진 정황을 적발했다. 이번 특정감사는 연초 미분양주택 고가 매입 논란 이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LH는 서울 강북구의 대표적인 미분양 단지였던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고가 매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LH 관계자는 "이번 특정감사는 연초 미분양주택 고가 매입 등에 따른 감찰 지시의 후속 조치"라며 "매입임대 관련 모든 부서와 물건을 대상으로 매입제도와 매입과정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매입 과정 전반에서 부적절한 업무 처리 방식 등이 확인됐다. 특히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가격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절차는 대부분 지역본부에서 빠트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정평가 법인이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않은 비교사례를 선정하거나 산출 근거가 불명확한 가치 형성요인을 적용해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또 2차 감정평가 시 정당한 이유 없이 평가금액을 상향해도 LH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과대평가 주택가격 그대로 승인…설계·시공·하자 검토는 미흡
집주인(매도자)이 지정한 평가법인이 가격을 과대평가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 LH 지역본부에서는 오피스텔을 매입하면서 매매대금 상·하한 기준(-5%~10%)을 초과한 감정평가액을 그대로 승인하고 비용을 지급했다. 매매대금 기준이 1억원이라면 상한 금액은 1억1000만원까지인데, 이를 넘어도 그대로 돈을 지급한 것이다.

LH 임대주택 매입에 대한 통일된 기준은 부족했다. LH 본보 차원에서 매입지침 안내가 있었지만, 지역본부별로 제각각 기준을 적용했다. 일부 담당자는 본사 지침 기준에 따라 매입 제외 대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당 주택 매입을 중단하지 않았다. 매입 심의 과정에서 주택 설계품질에 대한 검토도 소홀했다. 외부 위원이 도면 검토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검토 내용이 제각각이었고, 법규 준수 여부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법적 검토가 미비했던 탓에 매입·선정했던 친환경 주택 중에서는 법적 의무 설치 대상인 친환경 자동차 주차장이 없던 경우까지 있었다.

시공 품질 점검 절차 역시 미흡했다. 민간사업자는 LH와 점검 일정을 협의하지 않은 채 시공을 진행하고 관계부서는 해당 단계의 품질점검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다. 설계·시공 가이드라인은 갖추고 있었지만, 점검해야 할 항목을 모두 확인하지 않은 셈이다. 하자 점검은 세부기준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의 미흡한 부분은 업무처리지침 등을 정비해 즉시 개선 조치할 것"이라며 "감정평가 부적정 의심 사례는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위법·부당행위가 드러난 감정평가 법인에는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입임대주택은 LH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4년부터 도입한 사업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다가구는 시세의 30∼40%,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70∼80%에 공급하고 있다. 매입 주택 물량은 2017년 1만가구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1~2022년에는 4만가구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5조원 이상을 투입해 2만5000가구 이상 매입을 추진 중이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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