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일대일로 탈퇴 가닥…中과 갈등 방지 위한 '외교력' 고심
원활한 탈퇴 및 일대일로 대체 경제협력 토대 마련 방안 고심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했던 이탈리아가 사업에서 탈퇴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힘쓰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대일로에 대한 내부 회의론이 계속돼왔던 이탈리아가 결국 사업에서 탈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 3월 만료를 앞두고 이탈리아에선 일대일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결국 탈퇴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의 성과를 강조하며 일대일로에서 탈퇴하지 않기를 설득해 온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 등에 대비해 이탈리아는 최대한 원활히 사업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WSJ은 전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일대일로의 원활한 탈퇴와 동시에 이를 대체할 경제협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전날부터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회담했다고 밝혔다.
타야니 장관은 베이징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대일로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경제적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를 육료와 해로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들겠단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구상인 일대일로에 이탈리아는 2019년 G7 국가 중 유일하게 참여했다.
◇ 美, 이탈리아에 일대일로 탈퇴 은근한 압박
이탈리아의 참여를 두고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우려를 표해 왔다.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하며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돼온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같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이탈리아에 일대일로의 탈퇴를 은근히 압박해왔다고 WSJ은 전했다.
WSJ에 따르면 아직 탈퇴 여부가 공식적으로 결정되진 않았지만, 이탈리아 정부 당국자들은 일대일로 사업 탈퇴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도 최근 일대일로 참여 결정이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며 회의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배경엔 사업 참여로 인한 주요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대일로 사업 참여가 이탈리아에 대한 중국의 주요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 했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 된 것.
2019년 일대일로 협정 체결 후 대중국 무역 적자 폭은 오히려 더 확대됐으며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만 증가했다고 WSJ은 짚었다.
◇ 멜로니 방중 예정…"양국 협력 새 의미 더하길"
이에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올가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를 향해 그동안의 성과를 강조하며 지속적인 참여를 요청해온 중국에서도 이탈리아의 탈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타야니 장관은 "이탈리아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잠재력을 발휘해 양국 협력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기를 원한다"며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준수하고 중국과의 긴밀한 고위급 교류를 기대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직 이탈리아 고위 당국자는 "중국과의 좋은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재치와 품격, 외교적 공손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더 실익 있는 경제적 관계를 구축한 프랑스, 독일처럼 중국과 관계를 맺길 원한다고 했다.
이탈리아 당국자는 "중국 측은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조용히 이뤄지길 원한다"며 "그들은 우리가 그들의 체면을 잃게 할 것이란 전망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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