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전기차 10대 중 6대가 ‘현대차’…日 독점 구조 깼다

2023. 9. 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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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앞세워 점유율 56% 달성
리뽀몰과 MOU 쇼핑몰 52곳에 충전소
아세안 시장 공략 위한 전진 기지 역할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가 세계 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갖추고, ‘아이오닉 5’ 출시 1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랐다.

5일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7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6.5%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 우링자동차(28.1%), 3위는 일본 토요타(5.2%) 순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우링이 78%의 점유율로 현대차(19.6%)를 압도했지만, 아이오닉 5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판도를 뒤집었다.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완성차 브랜드 중 현지에서 생산을 시작한 최초의 전기차다. 아이오닉 5의 1~7월 판매량은 3819대로, 현대차 인도네시아 전기차 판매량의 약 98%를 차지했다. 현지에서 ‘최초 생산, 최다 판매 전기차’로 불리며 시장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는 평가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아이오닉 5에 기념 서명을 남기고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핵심 소재인 니켈 등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아세안 전기차 허브로 도약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에서 전동화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 2023’에서는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6’를 출시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건설 중인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내년 가동되면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월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첫번째)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왼쪽 2번째) 등의 박수를 받으며 전기차 ‘아이오닉 5’에 기념 서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5일(현지시간)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HMID)과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리뽀몰 인도네시아’가 진행한 전기차 충전소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차우준 HMID 법인장(앞줄 왼쪽)과 대니 크레이튼 리뽀몰 CMO(앞줄 오른쪽)가 서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특히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충전 인프라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판매법인(HMID)은 현지 최대 유통업체인 ‘리뽀몰 인도네시아’와 전기차 충전소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인도네시아 전역에 위치한 리뽀몰의 대형쇼핑몰 52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리뽀몰은 인도네시아 부동산 종합 기업인 리뽀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으로, 전국적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첫 유통업체가 될 예정이다.

현지 업계는 현대차가 전기차를 앞세워 일본 업체가 독점했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HMID)은 인도네시아 내 자동차 판매 순위를 2021년 13위에서 지난해 8위로, 올해에는 6위까지 끌어올렸다.

판매대수는 2021년 3005대에서 현지 생산이 시작된 지난해 3만1965대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는 1~7월 누적 판매 대수는 2만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했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3.4%로 도요타(32.5%), 다이하쓰(19.6%), 혼다(14.5%), 스즈키(8%), 미쓰비시(7.6%) 등 주요 일본 업체들과 아직 격차가 있다. 다만 일본차가 50년 이상 인도네시아에 먼저 진출해 견고하게 다진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지난 8월 열린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 2023’에 다양한 현대차 현지 판매 차량이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달 10일부터 20일(현지시간)까지 열린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 2023’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 현지 발표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3727대의 현장 계약을 달성해 토요타(5796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미쓰비시(3685대), 4위 혼다(1992대), 6위 다이하쓰(1203대) 등 주요 일본 브랜드도 추월했다.

모델별로는 스타게이저 1600대를 판매한 데 이어 아이오닉 5(776대), 크레타(768대) 등에서 두각을 보였다. 특히 스타게이저는 현대차가 지난해 아세안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특화 다목적차량(MPV)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수출을 통해 아세안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7월 3만114대의 인도네시아산(産) 자동차를 아세안, 아중동 등에 수출했다.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이는 올해 7월까지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 판매한 2만65대보다 50% 이상 큰 규모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에도 인도네시아 공장을 기반으로 6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풍부한 자원 등 잠재력을 보유한 아세안 자동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자동차연맹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163만7226대 규모로, 전년 상반기 대비 1.2% 성장해 지난해 연간 342만대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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