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참을 수 없는 전직 대통령의 가벼움, 문재인의 훈수정치
"잊혀지고 싶다"가 아닌 "기억해달라"는 강한 메시지
현재 야권의 가장 큰 스피커이자 빅마우스
심판받은 정부의 대통령으로서 침묵이 더 효과적
'정치적 관종' 비난 자초않도록 신중해야
역대급 임기말 지지율 깎아먹지 않는 무거운 처신 필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 ABM(Anything But Moon)이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 것만 아니면 된다'라는 뜻이다.
외교, 안보와 민생, 친원전 정책 등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 곳곳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가 분명하다.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내년 총선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제 불과 7개월 남짓 남았다.
그런데, 그 숙려의 기간을 참지 못하고 이른바 ABM이 제기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반박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는 가벼움 그 이상이다.
문 전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숙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만인 3일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다시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최근 국정 현안에 자신의 생각을 공개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24일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고 밝혔고 열흘 전에는 잼버리 파행 사태와 관련해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단식중인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SNS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 가득차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하기 2년 전인 2020년 신년회견에서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고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겠다"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스피커이자 빅마우스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잊혀지고 싶다"는 본인의 말과 달리 실제 행보는 "기억해달라"는 강한 메시지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총선은 문재인.윤석열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적 평가와 별개로 선택적 공정과 내로남불로 도덕적 심판을 받았다.
생존해있는 퇴임한 대통령 3명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문재인 전 대통령만이 현 정부의 각종 정책에 시시콜콜 훈수 두듯이 견해를 밝히는 것은 상왕정치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에 대한 충정을 이해할지라도 직전 대통령이 현 정부에 대해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자 국격에도 맞지 않다.
내년 총선승리를 바라는 민주당에도 도움은커녕 부담을 안길 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정 현안 외에도 SNS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있다.
방문객 소식은 일상이고 텃밭을 가꾸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진을 올린다. 책 소개를 하고 산행중에 컵라면을 먹는 모습까지 공개한다.
전직 대통령도 자연인으로서 일상의 자유를 느끼고 알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일상의 자유가 일일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순수한 자유가 아니다.
보여주고 싶은 권리가 있다면 이를 보고 싶지 않을 권리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정을 염려하고 민주당을 응원한다면 이런 가벼움 보다 훨씬 무게있는 침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행보가 SNS 세상에 난무하는 한낱 관종의 자기만족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퇴임 당시 40%대 후반에 이르던 역대급 지지율에 대한 기억을 사라지게 하고 반대 진영의 반발은 물론 지지층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자충수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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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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