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근개 파열에 어깨 관절염 겹칠 때··· 인공관절이 ‘거꾸로’ 된 이유는

김태훈 기자 2023. 9. 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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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원장이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을 집도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김모씨(82)는 3년 전 회전근개가 파열돼 봉합 수술을 받았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지탱하면서 회전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근육 무리다. 김씨는 지난달 다시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는데 회전근개가 재파열돼 어깨 관절염까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회전근개가 너무 손상된 탓에 다시 봉합하는 수술을 받기는 어려웠다. 김씨는 대신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로 어깨의 기능을 회복했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을 감싸며 팔을 몸통과 연결해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어깨 관절은 가동범위가 넓어 나이가 들거나 격렬한 운동을 즐기면 회전근개는 쉽게 파열될 수 있다. 특히 파열된 회전근개를 방치하다가 어깨 관절염까지 생기는 ‘회전근개 관절병증’은 치료가 쉽지 않다. 치료 시기를 놓친 회전근개는 힘줄과 근육이 이미 지방으로 변성돼 봉합하더라도 재파열 위험이 크다.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은 회전근개의 손상 정도가 심해 재수술이 어렵거나 관절염까지 겹쳤을 때, 류마티스 관절염 등으로 뼈나 관절부의 손실·마모가 심할 때 봉합수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노규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원장은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은 어깨 관절을 해부학적 구조와 반대 형태의 인공관절로 대체해 회전근개를 봉합하지 않고도 팔의 기능을 복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깨 관절의 연결부위는 팔 쪽의 볼록하게 나온 ‘상완골두’와 몸통 쪽의 움푹 들어간 ‘관절와’가 만나는 구조로 돼 있다.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에 쓰이는 인공관절은 원래의 해부학적 구조와 반대로 몸통 쪽이 상완골두처럼 튀어나와 있고, 팔 쪽이 골두를 감싸는 형태다. 이렇게 거꾸로 된 관절 구조 덕에 어깨 관절의 회전 중심이 바깥쪽과 아래쪽으로 옮겨져 찢어진 회전근개를 복원하지 않고도 삼각근의 힘으로 팔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어깨를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고난도 수술인 만큼 방법이 복잡하고 미세한 오차만 생겨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어깨 관절은 협소하므로 집도의가 시야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전용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 환자의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최소화되는 한편 수술시간 단축으로 회복도 빠르다. 평균 15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인공관절을 수명 단축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노규철 원장은 “기존의 역행성 인공관절치환술은 2차원적인 X레이 사진을 보고 판단해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지만 실시간 3차원적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내비게이션의 도입으로 수술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뼈 각도와 두께, 간격 등을 정확하게 측정해 인공관절이 들어갈 최적의 위치를 찾을 수 있어서 주변 근육이나 힘줄의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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