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美 차량 절도 조장” NYT 칼럼에 美네티즌도 등 돌렸다
댓글은 ”좀도둑 들끓는 게 가게 탓이냐”
“배달 소포 없어지면 아마존 탓이냐”
지난 3일 미국 뉴욕타임스의 여론면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허용한 범죄 물결(A Crime Wave Carmakers Enabled)”이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같은 글은 앞서 1일 이 신문 웹사이트에도 “기아와 현대차들이 범죄 물결을 조장했다. 이 회사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Kia and Hyundai Helped Enable a Crime Wave. They Should Pay for It.)”는 제목으로 실렸다.
이 신문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파해드 맨주(Farhad Manjoo)가 쓴 글의 요지는 이랬다.
미국의 한 씽크탱크가 37개 도시의 최근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해 보니, 살인ㆍ폭행ㆍ강간 등의 범죄가 계속 줄었는데, 유독 ‘차량 도난’만 올 상반기에 작년보다 33.5% 증가했다. 필라델피아ㆍ워싱턴 DCㆍ시카고ㆍ뉴올리언즈ㆍ버펄로 등에선 작년의 배(倍) 이상 증가했다.
이들 도시의 경찰ㆍ관리를 인용한 칼럼니스트 맨주의 주장은 “그 이유가 수백 만 대의 기아ㆍ현대차량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훔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 팔리는 다른 제조사 차량은 차량이 올바른 자동차 키의 무선 ID 코드를 인식하지 못하면 시동이 안 걸리는데, 이 도난 방지 장치의 설치가 의무적이지 않다 보니 현대기아차 차량은 이 ‘기본 장치’를 장착하지 않아, 미국 주요 도시의 자동차 범죄 증가를 부추겼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수년 전에,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현대기아차 차량이 USB 장치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훔치기 쉬운지 보여주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NYT 칼럼니스트 맨주는 “시애틀에서 8월 발생한 차량 절도의 3분의1은 현대차, 기아차였고, 차량 도난은 소비자 피해를 넘어 범죄자들이 훔친 차로 총기난사ㆍ마약거래ㆍ교통 사고 등을 일으켜 막대한 비용을 사회가 지불하게 한다”며 현대기아차의 잘못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또 5월 볼티모어 차량 도난사고의 41%, 클리블랜드 올해 도난 사고의 57%가 현대기아차 차량이라는 통계도 제시했다.
현대기아차에서도 일부 문제점을 인식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조치를 취하고, 지난 5월에는 도난 방지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약 2억 달러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NYT 칼럼니스트는 또 미국의 일부 연방 하원의원과 뉴욕시장 등이 현대기아차가 아니라, 차량 절도 방법을 소개한 틱톡을 “사회 불안정을 야기하는 빅테크 기업”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훔치기 쉬운 차를 만든 것은 틱톡이 아니라, 기아차, 현대차”라며 “괴이한 비난의 전가(轉嫁)”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 대표적인 리버럴 신문의 칼럼에 달린 댓글은 압도적으로 “범죄자를 탓하지 않고, 피해자[제조사]를 탓한다”는 것이다. 5일 오전까지 1315개의 댓글이 실렸는데, 독자들이 뽑은 베스트 댓글을 비롯해 전체 댓글에서 칼럼에 동조하는 글을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RMB라는 이름의 독자는 “총기는 훔치기도 쉽고 다시 판매되고 범죄에 사용되지만 총기 제조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총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차량 도난 장치의 설치가 의무적이지도 않은데, 범죄자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왜 자동차 제조사에 묻느냐”고 반박했다.
두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은 RCP라는 독자의 댓글은 “절도 되는 물건은 너무 훔치기 쉬워서 그런 것이서, 그걸 훔치는 것은 예상된 일이고 그런 절도 행위는 괜찮다”는 웃기는 전제에서 쓴 글”이라며 “그런 논리는 이상한 나라의 법정에서나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썼다.
이 밖에도 정작 범죄자에게 따끔하게 책임을 묻지도 않으면서, 제품을 만든 회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논리에 대한 비판의 댓글이 거의 다였다.
“왜 차를 훔친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느냐.” “차량 도난 증가는 범죄자들이 주도한 것이고, 그런 범죄 행위에 대한 일관된 결과[처벌]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도 않은 자들[자동차 제조사]을 상대로 비난하고 소송 하는 게 옳은 정책인가.”
“그런 논리라면, 좀도둑이 설치게 한 대형 백화점, 세븐일레븐, CVS 등 모든 상점을 고소하라. 그 시간에 교회 주일학교에 있어야 할 애들을 이들 상점은 무슨 권리로 꾀어냈나. 미국 정부는 델타포스(미 육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이들 유통점들에 행동을 취하라.”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한 독자는 “틱톡의 잘못도, 기아차, 현대차의 잘못도 아니다. 차를 훔친 도둑 잘못이다. ‘내 잘못이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학생, 학부모들의 변명과 뭐가 다른가. 제발 범죄를 합리화하지 말라. 이건 도둑질이다”라고 썼다.
한 댓글은 “사람들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고 적절한 대가가 지불하게 한다면 범죄는 훨씬 줄 것”이라고 썼고, 추천이 많은 또 다른 댓글은 “현대기아차는 한국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막대한데, 거기서도 범죄 물결이 있나. 진짜 문제는 차가 아니다”고 썼다.
이밖에도 “예전엔 절도가 도둑 잘못이라고 했는데, 지금처럼 피해자를 탓하지 않고…”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훨씬 준법 정신이 강하기 때문에, 차량 제조사가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서 파는 차에 도난방지 장치를 달 생각을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는 게 궁극적인 원인 아닐까” “진짜 범죄자는 쏙 빼놓고, 주택 절도가 발생하면 자물쇠 회사를 비난하고, 호주머니를 털기 쉽게 만든 바지 회사, 승강장을 혼잡하게 한 지하철 운행기사를 비난하는 식”이라는 글도 많은 독자 추천을 받았다.
한 독자는 “집 현관에 배달된 소포가 도난 당하면, 아마존을 비난하느냐. 칼럼니스트의 논리를 따르면, 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무질서를 미리 예상해 제품에 반영해야 하고, 상점은 상품을 모두 자물쇠로 채워야 한다. 집 소유주는 늘 완전 무장을 해야 하고…”라며 “정작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겐 체포ㆍ기소ㆍ감금의 책임을 물리지 않는 ‘괴이한 비난 전가’”라고 비판했다.
많은 추천을 받은 또 다른 댓글은 “미국은 범죄율이 높으니까, 그걸 고려해서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제조해야 한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며 “차량 범죄를 초래하는 기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집단적 잘못을 따지지 않고, 제품을 도난 당한 회사를 탓하는 것은 부당하고 비논리적이고 비겁하다”고 썼다.
한 독자가 “나도 민주당원이지만, 극좌파의 전형적인 엉터리 논리다. 내가 내 집 문을 잠그지 않아 도둑이 들면, 범죄를 부른 게 내 잘못인가. 차량 절도는 범죄행위이고, 범죄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쓴 댓글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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