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작품 모두 기증한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박세희 기자 2023. 9. 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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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 들어서자 수많은 매듭 공예 작품들이 오색 찬란하게 펼쳐졌다.

주인공의 품격을 높이는 '빛나는 조연'으로, 생활용품에서부터 장신구, 상여 장식 등 의례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됐던 '매듭'을 주제로 한 전시 '매듭'(9월 5일∼11월 6일)은 이부자(79) 매듭공예가의 기증으로 성사됐다.

매듭을 맺고 술을 다는 일은 물론, 자수와 바느질까지 작품의 모든 부분은 이 공예가의 손끝을 거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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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듭 160여점 국립민속박물관에 기부한 이부자 공예가
“신문서 장인의 강의 보고 시작
엄한 스승에게 배워 솜씨 다져
매듭의 매력 알리고 싶어 기증
한쪽 벽 꽉찼던 작품 사라지자
가슴에 구멍이라도 난 듯 허전”
이부자 공예가가 5일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실에 걸린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 들어서자 수많은 매듭 공예 작품들이 오색 찬란하게 펼쳐졌다. 초록 실을 입힌 발향(향을 내는 노리개)에 붉은색 매듭과 봉술을 달고, 아랫부분에는 다섯 가지 색의 봉술로 마무리한 ‘비취발향 노리개’는 화려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뽐냈고, 나비문양으로 투각한 옥에 가락지매듭, 국화매듭 등을 맺고 낙지발술을 단 ‘옥나비노리개’는 청아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자랑했다. 주인공의 품격을 높이는 ‘빛나는 조연’으로, 생활용품에서부터 장신구, 상여 장식 등 의례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됐던 ‘매듭’을 주제로 한 전시 ‘매듭’(9월 5일∼11월 6일)은 이부자(79) 매듭공예가의 기증으로 성사됐다. 이 공예가를 이날 전시실에서 만났다.

이번 전시에 총 160여 점의 공예품을 내놓은 이 공예가는 “우리 전통 매듭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알리고 싶다. 전통 매듭이라는 것을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 않나. 이번 전시를 통해 ‘참 예쁘다’ ‘멋지다’ 하고 감탄하게 되면 좋겠다”고 기증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품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리개이며 목걸이, 묵주, 보자기 등 다양한 작품이 있다. 매듭을 맺고 술을 다는 일은 물론, 자수와 바느질까지 작품의 모든 부분은 이 공예가의 손끝을 거쳐 탄생했다. 작업 기간은 수십 일에서 1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대형 묵주는 작업에 1년가량이 걸렸다.

지난 2월에서 3월, 세 차례에 걸쳐 이 공예가의 작품들이 박물관으로 모두 옮겨졌을 때 이 공예가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함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아담한 아파트의 한곳을 차지하던, 본인의 반평생을 바친 작품들이 모두 빠져나간 날 평소처럼 TV를 보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이 공예가는 “마치 부모가 자식 결혼시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작품들이 모두 박물관에 보관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 공예가는 “사실 매듭공예를 시작한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다”고 했다. 1980년대 초, 우연히 신문에서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매듭장인 고 김희진(1934∼2021)의 매듭 강의 소식을 본 후 호기심을 느낀 그는 김희진의 한국매듭연구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매듭을 배웠다. 전승공예대전에 작품을 출품해 총 7번 수상했으며 2012년에는 개인전도 개최했다.

이 공예가는 “깐깐하다 싶을 만큼 꼼꼼한 스승에게 매듭을 배웠기에 제 솜씨도 다져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매듭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너무 힘든 작업이었어요.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5시간씩 한자리에 앉아 있죠. 그 덕에 무릎과 허리가 많이 상했어요. 하지만 내가 봐도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진 작품이 나올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게 매듭의 매력이지요.”

글·사진 =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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