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청소부 ‘사르202′ 세균, 국내 연구진이 실험실 배양 성공

인하대 조장천 교수 연구팀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사르202 세균은 1 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아주 작은 크기로 구형 혹은 가운데가 파인 도넛 형태를 갖고 있다. 사르202 세균은 빛에 노출하면 생장이 저해되는 모습을 보였다./조장천 교수

심해의 청소부로 불리는 ‘사르202′ 세균을 국내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해양 미생물 연구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국연구재단은 조장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심해 미생물 군집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사르202 세균의 실험실 배양과 게놈 해독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해수에는 엄청난 숫자의 미생물이 서식하며 탄소와 에너지의 순환을 조절한다. 해수 1ml에는 약 100만개의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부터 메타게놈 분석을 통해 해양 미생물의 다양성이 알려졌지만, 대다수 미생물이 실험실에서는 배양이 되지 않아 구체적인 실체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서해 바닷물을 채취해 미생물을 키울 수 있는 배지를 만들고, 미생물 세포를 주입한 후 한 달 동안 빛을 주지 않고 배양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서해 바닷물 시료에서 24개의 사르202 균주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르202 세균은 실험실에서 약 3일에 한 번 분열하며 매우 느리게 자랐고, 빛에 노출되면 생장을 멈추고 죽었다. 또 사르202 세균이 일반적인 세균의 운동기구인 편모대신 고균(고세균, Archaea)의 특징인 아케엘라 운동기구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사르202 세균은 게놈에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푸코스, 람노스, 푸코네이트 등 다양한 유기물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생장했다.

연구팀은 배양된 사르202 세균에 ‘빛을 싫어하는 해양세균’이라는 뜻의 ‘루시푸기모나스 마리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한 사르202 세균은 생물분류체계에서 새로운 목에 해당해 ‘루시푸기모나달레스’라는 목이 새롭게 탄생했다.

조장천 교수는 “전 세계 미생물학자들이 오랜 시간 실체를 확인하고자 했던 사르202 세균을 국내 바다에서 배양하여 해양 미생물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후속연구를 통해 사르202 세균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기물 분해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8월 22일 실렸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 https://doi.org/10.1038/s41467-023-40726-8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임연정 박사, 조장천 교수, 강일남 박사./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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