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풀리지 않은 버뮤다 미스터리 세균” 韓 연구진 실체 찾아냈다

2023. 9.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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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버뮤다 해역에서 발견됐지만 실체 규명이 요원했던 미스터리 미생물인 사르202 세균을 국내 연구진이 배양에 성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인하대학교 조장천 교수 연구팀이 심해 미생물 군집의 최대 30%를 차지하는 사르202 세균의 실험실 배양과 게놈 해독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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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의 청소부 ‘사르202’ 세균, 실험실 배양 성공
조장천(가운데)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인하대학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1990년대 버뮤다 해역에서 발견됐지만 실체 규명이 요원했던 미스터리 미생물인 사르202 세균을 국내 연구진이 배양에 성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인하대학교 조장천 교수 연구팀이 심해 미생물 군집의 최대 30%를 차지하는 사르202 세균의 실험실 배양과 게놈 해독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해수 1 ml에는 약 백만 개의 미생물이 서식하며 탄소와 에너지의 순환을 매개함으로써 지구 기후를 조절한다. 1990년대부터 메타게놈 분석을 통해 해양 미생물의 다양성이 밝혀졌으나, 대다수 미생물은 실험실에서 배양이 되지않아 실체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서해 바닷물을 채취해 미생물을 키울 수 있는 배지를 만들고, 미생물 세포를 주입한 후 한 달 동안 빛을 주지 않고 배양했다.

그 결과 서해 시료에서 24개의 사르202 균주를 획득하고, 유전체 분석을 통해 전체 게놈 서열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사르202 세균이 실험실에서 약 3일에 한 번 분열하여 매우 느리게 자라고, 빛에 노출되면 생장을 멈추고 죽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사르202 세균은 일반적인 세균의 운동기구인 편모대신 고균(고세균, Archaea)의 특징인 아케엘라 운동기구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고균으로부터 많은 유전자를 획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르202 세균은 게놈에 다양한 유기물 분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푸코스, 람노스, 푸코네이트 등 다양한 유기물을 이용하여 실험실에서 생장하였다.

이로부터 사르202 세균은 게놈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물질분해 유전자를 활용하여 심해 유기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사르202 세균의 생장곡선과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사르202 세균을 어둠 조건에서 21일 동안 배양 후 강도가 다른 빛에 노출하면 빛의 세기에 비례하여 생장이 저해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약 3일에 한번 분열하는 매우 느린 생장속도를 보이며, 완전한 생장에는 50일 이상이 필요하다(왼쪽). 주사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사르202 세균은 1 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아주 작은 크기이며 구형, 혹은 가운데가 파인 도넛 형태를 갖는다(오른쪽).[인하대학교 제공]

연구팀은 배양된 사르202 세균을‘빛을 싫어하는 해양세균’이라는 뜻의 ‘루시푸기모나스 마리나’로 명명했다. 또한 사르202 세균은 생물분류체계에서 새로운 목에 해당하여 ‘루시푸기모나달레스’라는 목이 새롭게 탄생했다.

조장천 교수는 “전 세계 미생물학자들이 오랜 시간 실체를 확인하고자 했던 사르202 세균을 국내 바다에서 배양해 해양 미생물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후속연구를 통해 사르202 세균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기물 분해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사업과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8월 22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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