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 임시 대통령 오른 쿠테타 지도자 “믿을 수 있는 선거할 것”

김미향 2023. 9.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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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간 봉고 가문이 장기 집권해 온 중앙아프리카 가봉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지도자가 민주적 선거를 약속하며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격인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으로 지난달 30일 쿠데타를 일으켜 부친 오마르에 이어 14년 동안 가봉을 통치해온 알리 봉고 대통령을 축출했다.

가봉 시민들은 쿠데타를 환영하고 있지만, 유엔(UN)·아프리카연합(AU) 등 국제 사회는 올리기 임시 대통령을 가봉의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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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앙 아프리카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쿠데타 지도자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장군이 차를 타고 시내를 돌며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56년간 봉고 가문이 장기 집권해 온 중앙아프리카 가봉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지도자가 민주적 선거를 약속하며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가봉 시민들은 일단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4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Brice Oligui Nguema 장군(48)은 이날 수도 리브르빌 헌법재판소에서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며 “자유롭고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 선서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격인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으로 지난달 30일 쿠데타를 일으켜 부친 오마르에 이어 14년 동안 가봉을 통치해온 알리 봉고 대통령을 축출했다. 그로부터 닷새 만에 임시 대통령 취임한 것이다.

응게마 장군은 이날 연설에서 이번 쿠데타가 과열된 선거 이후 가봉을 유혈 사태로부터 구해냈다고 주장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새 헌법 초안을 작성에 가봉의 모든 핵심 그룹이 참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이후 치러지는 선거가 민간인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선거 일정은 못박지 않았다. 더불어 정치적 양심수를 사면하고, 해외 망명자들의 귀환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앞서 가봉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알리 봉고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3연임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투표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응게마 장군을 지도자로 삼은 군부는 알리 봉고 대통령을 감금한 상태다.

아에프페는 이날 리브르빌 시내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수천명의 국민들이 거리로 새 시대가 도래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군중들은 리브르빌의 광장에 모여 큰 화면으로 취임식을 함께 보며 국기를 흔들었다.

응게마 장군의 임시 대통령 취임으로 1967년 시작된 봉고 가문의 56년 장기 집권이 끝났다. 하지만, 가봉의 야당과 시민사회는 올리기 장군이 봉고 대통령과 사촌 사이라며 봉고 가문의 집권 연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가봉 야당의 대선 후보 알버트 온도 오싸는 “이것은 쿠데타가 아니다. 한 형제가 다른 형제를 대체하는 가족 내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야당 6곳이 연대한 ‘대안 2023’의 오싸 후보는 30%를 득표했으며, 알리 봉고 대통령은 64%를 득표했다.

4일 가봉 수도 리브르빌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장군의 취임식이 열리자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편, 중앙아프리카 국가 11개가 모인 ‘중앙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CAS)는 쿠데타가 일어난 가봉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가봉 시민들은 쿠데타를 환영하고 있지만, 유엔(UN)·아프리카연합(AU) 등 국제 사회는 올리기 임시 대통령을 가봉의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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