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3시간 곡물회담 결국 빈손

김현아 기자 2023. 9. 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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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4일 흑해곡물협정 재개 정상회담이 결국 빈손으로 종료됐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3시간 가량 회담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 내용이 이행되면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협정을 포기하라고 강요당했을 뿐"이라며 "서방은 협정에 대해 쉽게 말해 '러시아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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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식량 안정화 무산
러, 튀르키예와 협정 재개 불구
서방제재 완화 ‘기존입장’ 반복
“전 세계적으로 식량 충분” 주장
튀르키예와 협력 과시한 푸틴
에르도안 서방 밀착에 어깃장
막 내린 ‘브로맨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TASS통신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4일 흑해곡물협정 재개 정상회담이 결국 빈손으로 종료됐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 제재 완화를 압박하기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브로맨스’, 식량 인질화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어깃장을 놓는 모양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3시간 가량 회담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 내용이 이행되면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방이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주기 전까지는 협정을 재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협정을 포기하라고 강요당했을 뿐”이라며 “서방은 협정에 대해 쉽게 말해 ‘러시아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정 중단 이후에도 곡물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식량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흑해곡물협정 중재를 위해 소치까지 향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식량도 충분하다’며 튀르키예의 중재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앞서 두 정상이 서로를 “내 친구”라고 부르며 밀착 관계를 과시해왔던 만큼 극적 타결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러시아가 서방이 제재를 완화하도록 인도주의적 이슈에서도 보다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찬성하는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데 대한 불편함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와 수출입을 계속하는 북한, 중국 및 일부 중동국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유럽은 이번 주 아랍에미리트(UAE)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대(對)러시아 수출을 중단하라고 경고할 예정이다. 제재를 풀려는 러시아와 우회로를 원천 차단하려는 서방 간에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드론이 남부 다뉴브강을 공격하다가 루마니아 영토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드론이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에 피해를 줬다면 나토와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루마니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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