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낵 영국 총리, 부실 콘크리트 학교로 ‘리더십 붕괴’ 위기

100개교 폐쇄 등 대혼란에도
책임회피 발언으로 여론 악화

개학을 눈앞에 두고 학교 건물 붕괴 위험이 영국 전역을 대혼란에 빠트린 가운데,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관련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리더십도 붕괴 위기에 빠졌다. 이미 경제난 등으로 좋지 않은 여론은 더 악화해, 내년 말 총선에서 수낵 총리의 재집권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수낵 총리는 BBC 인터뷰에서 학교 건물 긴급 폐쇄와 관련해서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재무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 10년간 500개 학교 건물을 다시 짓는 계획을 새로 발표했으며, 이는 이전 10년 계획과 똑같은 수준이라고 했다.

앞서 한 전직 교육부 고위 공무원은 수낵 총리가 2021년 재무부 장관일 때 학교 건물 재건축 예산을 반 토막 내서 연 100개가 아니라 연 50개만 가능해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영국은 지난주 발포 콘크리트 일종인 랙(RAAC)이 사용된 잉글랜드 지역 학교 100여 곳에 긴급 폐쇄 명령을 내렸다. 최근 잉글랜드 한 교육용 건물 일부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자 개학을 약 1주 앞둔 시점에 긴급히 내린 조치다. 랙은 저렴하고 가벼워 1950∼1990년대 영국 학교 등의 천장, 바닥 등에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내구성이 약해 수명이 30년 정도이고, 밀도가 높지 않은 구조상 습기를 잘 차단하지 않으면 강화 기능을 하는 철근이 부식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위험 명단에 오른 학교는 156개이며, 수백 개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가 책임 회피에 급급하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다. AP통신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 속에서 학교 위기는 수낵 총리에게 더 원치 않는 드라마를 가져다줬다”고 지적했다.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내년 말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던 지난 7월 보궐선거에서 지역구 3곳 중 2곳을 야당에 내줬다. 현재 보수당 지지율은 야당 노동당보다 20%포인트 뒤처져 있어, 내년 총선에서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