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논란' 클린스만, 첫 승 도전…8일 웨일스·13일 사우디
황희찬·조규성 등 부상 우려 불식…해트트릭 손흥민 합류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부임 후 4경기째 승리가 없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정적 여론을 털어내고 국내 팬들에게 '마수걸이 승리'의 기쁨을 안길 기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한국시간 8일 오전 3시45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맞붙는다.
웨일스전은 태극전사들의 9월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의 첫 경기다. 대표팀은 한국시간 13일 오전 1시 30분에는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유럽 원정에 나서는 건 신태용 감독 시절인 2018년 3월 북아일랜드, 폴란드 원정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물론 이 경기가 주목받는 이유가 흔치 않은 유럽 원정 때문만은 아니다.
웨일스전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9월 A매치 2연전은 맥락상 '사령탑 문제'와 얽혀 있다.
한 팀의 사령탑이라면 당연히 승리를 원하겠지만,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일반론을 넘어 '여러 이유'로 웨일스전 쾌승이 필요한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한국 축구 대표팀 외국인 감독 가운데 부임 후 네 경기(2무 2패)까지 승리를 따내지 못한 첫 번째 지도자다.
3월 콜롬비아와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에는 1-2로 졌다. 6월에는 페루에 0-1 패배, 엘살바도르와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과로 지도력을 입증하지 못해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데도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 논란'까지 자초했다.
'국내에 상주하겠다'는 부임 당시 발언과 달리 해외에서 주로 지내 대표팀 감독 자리를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원격 근무'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는 데다, 해외에서도 자신이 할 일이 있는 것뿐이라고 언론을 통해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활동이 해외 방송 출연 등 '부업'에 가까운 일이라 팬들의 눈총이 점점 따가워진다.
부정적 여론을 일단 잠재우려면 웨일스를 꺾는 게 최선이다. 사령탑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음을 공식전을 통해 입증하는 그림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가장 좋다.
클린스만 감독의 '외유 문제'는 곧 해외파 우대·K리그 홀대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황희찬(울버햄프턴),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등 부상을 당한 유럽파 선수들이 9월 A매치 소집 명단에 오르자 비판이 잇따랐다.
국내에 머물지 않았던 터라 K리그에서 새 선수를 발굴하지 못하고, 고정적으로 기용하던 해외파에 의존한다는 의구심 섞인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들의 소속팀과 면밀히 소통한 결과, 차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다행스럽게 이 부분은 클린스만 감독의 판단이 적중했다.
지난달 말 고질적인 부상 부위인 허벅지 뒤쪽을 다친 황희찬은 1주일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우려를 불식했다.
황희찬은 지난 3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원정 경기 후반 15분 교체로 투입돼, 5분 만에 헤더로 골망을 흔들며 부상에서 벗어난 완벽한 컨디션을 자랑했다.
올여름 덴마크 무대로 넘어가 활약 중인 조규성도 지난달 21일 리그 경기 도중 절뚝이는 모습을 보이며 교체됐지만 열흘 만에 치른 복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4일 오르후스전에는 86분을 뛰며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했다.
덴마크 무대에 진출한 뒤 정규리그에서 3골·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예선에서 1골을 넣는 등 조규성은 9월 A매치 2연전를 앞두고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종아리를 다친 오현규도 '최대 6주 진단'을 받아 A매치 전망이 어두운 듯했으나 지난 3일 레인저스와 라이벌전을 통해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새 시즌 초반 펄펄 나는 유럽파들의 활약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다.
대표팀 주장이자 클린스만 감독의 '믿을맨' 손흥민은 토트넘(잉글랜드) 주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지난 2일 번리전에는 해트트릭을 폭발하며 화력을 뽐냈다.
벨기에 리그에서 뛰는 공격형 미드필더 홍현석(헨트)도 3일 클뤼프 브루게전에서 2골을 몰아쳤다.
이 선수들은 비교적 짧은 이동 거리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어 컨디션 관리에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웨일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로 28위인 한국보다 낮지만 에런 램지(카디프시티), 벤 데이비스(토트넘) 등 주축들이 대거 나선다.
웨일스도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데다 최근 부진을 털어내야 할 입장이라 전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웨일스는 지난 6월에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아르메니아에 2-4, 튀르키예에 0-2로 패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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