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넥스트도어, 사랑에 울고 웃으며 성장하는 옆집 소년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눈에서 하트가 새어 나오던 옆집 소년들이 돌연 "다 뭣 같다"며 외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사랑 이야기라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사랑에 울고 웃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점점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옆집에 사는 소년들, 보이넥스트도어는 이렇게 대중들의 마음을 노크하고 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지난 4일 첫 EP 'WHY..'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에는 사랑하고 이별하는 순간의 여러 감정을 진솔하게 담은 노래들이 담겼다. 데뷔 싱글에 수록됐던 '돌아버리겠다', 'One and Only', 'Serenade'를 비롯해 신곡 'Crying', '뭣 같아', 'ABCDLOVE'까지 총 여섯 트랙이 배치됐다.
타이틀 곡은 5번 트랙 '뭣 같아'다. '뭣 같아'는 직설적인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첫 이별에서 느낀 슬픔을 토로하는 곡이다. '입이 거친 게 싫다던 너 때문에 화가 나도 욕을 못'할 정도로 사랑에 진심이었던 이들은 이별을 겪은 뒤 "사랑 따위 하지 말지"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곡 후반부, 보이넥스트도어는 자신에게 슬픔을 안겨준 상대방이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이별의 상처를 이겨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뷔 싱글과 마찬가지로 명재현, 태산, 운학은 앨범의 작곡, 작사에 참여했다. 특히 Z세대 감성이 느껴지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그래 오히려 좋지/ 시원하게 욕이나 뱉지", "Sometime 꺼져버려 제발/ But sometimes 네가 보고 싶다"등의 가사에서는 유행하는 밈(meme)을 적절하게 녹여냈다. 소속사 사장님(지코, 본명 우지호)과 매니지먼트 실장님의 본명을 넣은 "난 요즘 살만해 살도 좀 붙었고 /친구도 만나 지호, 문성이, Jamie, Sandy" 등의 가사도 알고 들으면 더욱 재미있다.
'뭣 같아' 앞뒤로 배치된 'Crying'과 'ABCDLOVE' 역시 이별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뭣 같아'가 체념과 그리움이 혼재된 감정을 노래했다면 'Crying'은 이별한 직후의 공허함과 슬픔을 담았으며 'ABCDLOVE'는 이별의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과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지난 5월 첫 싱글 'WHO!'로 데뷔한 보이넥스트도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데뷔 싱글의 주제로 삼았다. 이번 앨범 'WHY..' 역시 마찬가지로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지만, 그 결은 다르다. 'WHO!'가 제목대로 사랑에 빠진 상대방에 집중했다면, 'WHY..'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그 이유에 초점을 맞추며 첫 이별의 순간을 그려냈다.
만남과 이별이라는 상반된 주제를 담은 두 앨범은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서사를 형성한다. 처음 본 상대에게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겪은 뒤 슬퍼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모습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WHY..'의 1~3번 트랙에 'WHO!'의 트랙이 그대로 배치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앨범 수록곡 'Serenade' 뮤직비디오에서 사랑을 고백했던 동네가 '뭣 같아' 뮤직비디오에서는 불에 타 폐허가 된 모습에서도 이러한 유기성을 찾아볼 수 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에서 거창한 세계관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누구나 겪는 보편적 감성인 과정인 사랑과 이별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풀어냈다. 사랑에 빠져 괜스레 웃다가도 이별에 아파하는 보이넥스트도어의 모습은 세대를 관통한다. 대화체를 살린 노랫말, 가사를 직관적으로 반영한 퍼포먼스, 평소 행동에서 착안한 제스처 역시 생생하게 다가온다.
분명 보이넥스트도어는 아이돌이지만 우상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안한 감정 속에서 깊은 공감을 나누는 것은 보이넥스트도어가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보이넥스트도어가 자신들의 언어와 음악으로 공감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차츰차츰 성장한다는 것이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을 듣는 누군가는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과 너무나 같아서 공감할 수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 모습이 떠올라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이렇게 보이넥스트도어가 성장하는 과정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에 결국은 이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 계단씩 성장하고 있는 이 소년들이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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