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부터 부품까지 ‘전동화 승부수’...韓·中 배터리 본격 격돌

2023. 9. 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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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콘셉트 CLA’·아우디 ‘Q6 e-트론’ 공개
중국차, IAA서 존재감...유럽 진출 가속화
獨·佛 자동차업체 “中전기차에 대비할 것”
메르세데스-벤츠 ‘콘셉트 CLA 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전동화’였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그룹, BMW그룹, 르노 등 굴지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삼성SDI 등 전동화 부품사들이 신기술을 중심으로 미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앞다퉈 공개했다.

먼저 벤츠는 이번 전시회에서 1회 충전 예상 주행거리가 750㎞(WLTP 기준)에 달하는 ‘콘셉트 CLA 클래스’를 공개했다. 콘셉트 CLA 클래스는 향후 출시 예정인 모듈형 아키텍처 ‘M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첫 번째 차량이자 엔트리 세그먼트다. 동급 세그먼트 중 최대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특히 이 차에는 벤츠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인 ‘MB.OS’를 탑재한 ‘MBUX 슈퍼스크린’이 장착됐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새로운 차원의 개인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등 10여 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폭스바겐그룹은 내년 그룹의 두 번째 전기 플랫폼인 ‘PPE’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우디와 포르쉐가 공동 개발한 PPE는 600㎞가 넘는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함께 공개한 아우디 ‘Q6 e-트론’은 PPE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의 첫 번째 차다.

2026년에는 2만5000유로(약 3560만원) 이하의 전기차 폭스바겐 ‘ID. 2all’을 엔트리 세그먼트 부문에 추가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끈다. 고성능 라인업 ‘GTI’의 전동화 방향성을 담은 ‘ID. GTI 콘셉트’도 함께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폭스바겐그룹은 네덜란드 소재의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업체 ‘폰’의 자회사인 ‘바이크 모빌리티 서비스(BMS)’에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전 세계 자전거 리스 비즈니스 확장을 통해 추가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BMW 뉴 5시리즈 [BMW 제공]

BMW그룹은 BMW의 차세대 제품군인 ‘노이어 클라쎄’의 콘셉트 모델 ‘BMW 비전 노이어 클라쎄’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BMW 비전 노이어 클라쎄는 전기화, 디지털화, 순환성에서 일구어낸 혁신 기술을 BMW 특유의 방식으로 결합한 결과물이다.

또 대표 세단 뉴 5시리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수소연료전지 구동계를 탑재한 ‘BMW iX5 하이드로젠’ 등도 공개, 친환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룹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는 순수 전기차 ‘뉴 미니 쿠퍼 3-도어’와 ‘뉴 미니 컨트리맨’ 등을 선보였다.

르노는 ‘사이닉 E-테크 일렉트릭’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량은 르노가 2021년 1월 공개한 르노의 지속 가능성 전략을 구현한 브랜드의 첫 번째 생산 모델이다. 환경을 포함하는 새로운 지속 가능한 개발 전략을 통합한 최초의 생산 차량이라는 의미가 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IAA에 참가한 중국 업체 수는 2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 독일 완성차 업체 수와 맞먹었다. 특히 토종 선두 업체 BYD의 전시 공간은 메르세데스-벤츠보다 2배 이상 컸다.

‘IAA 모빌리티’ 내 BYD 부스 [로이터]

BYD는 대형 전기 세단 ‘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버전인 ‘씰 U’를 유럽 최초로 공개했다. 고급 브랜드 ‘덴자’도 공식 출시했다. 독점 개발한 ‘셀-투-바디’ 기술도 공개했다. 배터리 팩 없이 프레임에 배터리를 채워 넣는 일체형 방식으로 무게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배터리 저장공간 자체가 충격 흡수까지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 폭스바겐과 손을 잡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은 고가 모델 ‘P7’과 ‘P9’을 내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소유의 MG는 콤팩트 스포츠카인 ‘MG4 X파워’와 SUV인 ‘마벨R’, 로드스터 ‘사이버스터’ 등 3개 순수전기차 모델을 선보였다.

중국 스타트업 립모터는 중형 SUV 전기차 ‘C10’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량은 5인승 및 6인승 모델로 출시되며, 첨단 지능형 운전자 지원 기능을 위한 지붕 장착형 라이다(LiDAR) 시스템이 특징이다. 립모터는 향후 2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5개 모델을 출시, 유럽, 아시아, 중동, 미주 지역을 공략한다는 포부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중국 업체들을 주목했다. 만나크리스토프 페릴라 프랑스 자동차 부품 제조사 발레오 CEO는 CNBC에 “중국이 이제 발레오의 최대 시장이 됐다”며 “중국 차 회사들은 이제 내수 시장을 넘어 유럽 등 해외로 수출을 넘보고 있다”고 말했다.

루카 드 메오 르노 CEO는 “EV는 전통적인 시장과 완전히 다른 스포츠”라며 “중국이 EV 전환을 유럽보다 한 발 앞서 시작했기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우리는 이를 수행할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올리버 블룸 폭스바겐 CEO도 중국에 주목했다. 블룸 CEO는 폭스바겐이 특히 중국 수요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새로운 중국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블룸 CEO는 “중국과의 경쟁으로 우리도 발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도 하다”며 “우리 브랜드의 위대한 유산을 바탕으로 전기화, 디지털화, 연결성 측면에서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를 필두로 국내 배터리와 배터리 시스템 등 전기차 부품사들도 IAA에 대거 참가해 전동화 방향성을 공유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민감도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탄력적인 용량 제공을 통해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셀 상단에 위치한 양극단자와 음극단자를 측면으로 옮겨 상·하부에 냉각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게 설계, 열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한 형태의 배터리도 선보였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SK온 제공]

SK온에서는 최재원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폭스바겐과 BMW, 현대모비스 등 IAA에 참가한 기업들의 부스를 둘러봤다. 최 부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사업에 대한 전략적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유럽 배터리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존 고객사를 포함한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의 긴밀한 사업 협력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회사 CATL은 독일 등에서 급속충전이 가능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배터리를 탑재하면 전기차는 10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고, 완충 시 주행 거리는 7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윤·김우영·이민경 기자, 뮌헨=김민지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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