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짜 뉴스 카르텔’은 세계 최악[포럼]

2023. 9. 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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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던 가짜 뉴스들은 마케도니아 대학생들의 일종의 재밋거리에서 시작됐다.

장난처럼 시작된 가짜 뉴스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몸살을 앓는 심각한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이렇게 생산된 가짜 뉴스들을 기성 언론 특히 KBS나 MBC, TBS 같은 공영 매체들이 사실로 규정해 재확산시킨다.

정치권에서 생산된 가짜 뉴스들은 카르텔을 거쳐 기정사실이 되고 정치적 소재로 재활용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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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199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던 가짜 뉴스들은 마케도니아 대학생들의 일종의 재밋거리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만든 거짓 기사들로 경제적 수익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급속히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장난처럼 시작된 가짜 뉴스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몸살을 앓는 심각한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이후 가짜 뉴스는 여러 형태로 진화했다. 명예훼손 같은 개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지만,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가짜 뉴스를 생산·유포하는 산업이 돼 버렸다. 실제로 일부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들은 가짜 뉴스로 큰 수익을 창출한다. 또, 러시아와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가짜 뉴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용상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가짜 뉴스를 지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짜 뉴스들이 주로 정치적 의도에서 생산되고, 생산자도 정치권이나 정파성이 강한 매체들이다. 일부 정치 유튜버들은 극렬 지지층을 기반으로 적잖은 경제적 이익도 누린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가짜 뉴스 카르텔’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됐거나 정치인들이 발언한 의혹들을 같은 정치 성향의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들이 가짜 뉴스로 가공해 확대·재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가짜 뉴스들을 기성 언론 특히 KBS나 MBC, TBS 같은 공영 매체들이 사실로 규정해 재확산시킨다. 정치권에서 생산된 가짜 뉴스들은 카르텔을 거쳐 기정사실이 되고 정치적 소재로 재활용되는 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가짜 뉴스는 ‘같은 정치 성향을 지닌 정파와 인터넷 매체 및 언론’ 간 ‘콜라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지난 정권이 언론노조를 앞세워 장악한 공영방송과 주요 뉴스 매체들이다. 즉, 정치권력이 언론 통제를 통해 구축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산물이다.

이번에 드러난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대장동 관련 거짓 인터뷰’ 역시 이처럼 견고하게 구축된 편파적 언론 환경에서 시도된 것이다. 특히,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만든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반민주적 범죄행위다. 이런 조작된 가짜 뉴스로 만일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면 이들의 반민주적 조작 행위가 영원히 묻혀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가짜 뉴스 중심에 기성 언론, 특히 공영방송이 위치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가짜 뉴스의 숙주인 다른 나라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는 가짜 뉴스를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기성 언론들의 정확한 객관 보도에 있음을 암시한다. 유럽연합(EU) 역시 가짜 뉴스 대응 방안의 하나로 기성 언론의 정제된 뉴스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와 관련된 근거 없는 의혹이나 가짜 뉴스들이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일련의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와 무관치 않다. 가짜 뉴스의 진앙지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폐지됐고, KBS와 MBC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짜 뉴스 카르텔’의 한 축이 급속히 약해지는 것이다. 가짜 뉴스 문제가 역설적으로 공영방송 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해 주는 셈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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