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수장 죽자···‘반란 조력’ 의혹 수로비킨 석방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 반란 이후 종적이 사라져 추측이 분분했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최근 구금 상태에서 풀려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소식통 한 명과 두 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수로비킨이 공식적인 구금에서 풀려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동 제한 등 러시아 당국이 부과한 다른 제약 사항들이 남아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소식통은 수로비킨이 지난달 23일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지 며칠 후 석방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수로비킨이 현재 계급과 러시아군 장교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군 경력을 쌓아갈 전망은 없다고 전했다. 앞서 현지 매체 RBC는 지난달 23일 수로비킨이 해임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 유명 방송인 크세니아 솝차크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모자를 쓰고 선글래스를 낀 사복 차림의 수로비킨이 아내와 함께 걷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 나오는 장소가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바그너 반란 이후 수로비킨의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솝차크는 “수로비킨 장군이 석방됐다. 살아 있고 건강하며 모스크바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운영이 중단된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 전 보도국장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그는 휴가 중이며 국방부의 처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전장에서 보여준 잔혹함으로 ‘아마겟돈 장군’으로 불렸던 수로비킨은 지난 6월24일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무장 반란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내에서는 그가 체포돼 수감 중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았으나 올해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교체돼 부사령관으로 밀려났다. 이를 두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군 수뇌부와 프리고진 사이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을 두고 “러시아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이라며 극찬한 반면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에 대해서는 바그너 그룹에 탄약을 공급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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