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술익는 소리 톡톡...서울에 온 양조장
전통주 인기 힘입어 더 비싸도 ‘in 서울’
MZ성지 성수동 뚝도청춘시장 밀집
청년사장들 자금 열악...지속가능성 관건
“또르르 톡톡.” 막걸리 발효 소리가 들렸다. 유기농 쌀과 발효 탱크가 보이는 이 곳. 6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 문을 연 춘풍양조장이다. 하루 최대 300병까지 생산이 가능한 술 공장이자 막걸리 체험관이다. 춘풍양조장은 도심 속 누구나 찾아와 무료로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 술을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이 늘어나고 있다. 직접 양조 탱크를 두고 시음부터 구매는 물론, 술을 알리는 홍보관 역할을 직접한다. 최근 3년 사이 서울 내 소규모주류면허를 취득한 양조장 수는 75% 증가했다.
한국에서 양조장은 국세청에서 주류제조면허를 허가 받아야만 설립할 수 있다. 주류제조면허는 크게 ▷일반주류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 ▷소규모주류로 나뉜다. 주정계, 온도계 등 시험시설은 물론 제조용기, 부대시설 등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5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소규모주류면허를 취득한 매장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359곳으로 이중 서울이 93곳(25%)으로 가장 많다. 이는 3년 전인 55곳에서 75% 늘어난 숫자로, 현재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규모 양조장이 모여 있다. 주종별로는 ▷탁주 52곳 ▷약주 13곳 ▷맥주 25곳 ▷청주 1곳 ▷과실주 1곳이다. 서울은 소규모 양조장의 비중이 높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일반주류 제조면허를 받은 업체는 전국의 4.26%(123곳)에 불과하다.
춘풍양조장을 비롯해 서울에 문을 여는 양조장이 많아지는 이유는 수도이자 인구 밀집지역이라서다. 여기에 수제맥주 붐이 저물고 2017년 전통주 온라인판매 허용 이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분위기도 한몫했다. 다만 소규모 양조장이나 신생 양조장 중 주세법상 전통주 혜택을 받지 못한 곳은 온라인 판매가 어려워 시음 또한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양조장 입장에서는 비싼 월세 등으로 작게 운영할 수밖에 없지만 접근성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춘풍양조장 또한 세계에 한국 술을 알리기 위해 서울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지하철 3호선 약수역에서 5분 내 도착할 수 있는 위치는 지리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춘풍양조장은 전북 장수군의 양조장인 번암주조의 발효 노하우를 알고리즘화해 AI(인공지능) 기술로 술을 만드는 곳이다. 궁극적으로는 양조장 수출을 꿈꾸고 있다. 이우주 춘풍양조장 매니저는 “현 양조장 위치는 명동과 가깝고 위로는 종로, 서쪽은 이태원, 남쪽은 강남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선정한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저희 술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8년 넘게 준비한 공간”이라고 했다.
이들 양조장은 ‘서울’과 ‘지역’에 집중해 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서울 지역 특산물인 경복궁 쌀로 빚은 ‘나루생막걸리’를 생산하는 한강주조나, 마포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공덕동 막걸리’를 생산하는 대흥동양조장이 대표적이다. 타 지역의 특산품을 가져와 선보이는 곳도 있다. 성동구의 페어리플레이는 나주배를 서울로 가져와 과실주로 만들어 판매한다.
인근에 위치한 와인 브랜드 머곰의 사정도 비슷하다. 머곰은 경기 화성시 송산면의 포도로 인공효모들을 쓰지 않는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경기 부천시에서 서울로 이달에 양조장을 이전 오픈한 머곰의 정호정 대표는 “부천에서는 ‘양조’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이곳(신당동)에 온 뒤 월세가 3배가 됐지만 납품하는 레스토랑의 셰프가 찾기도 가깝고 함께 다른 과실주 개발이나 교류에도 유리해 지역을 옮겼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과 더불어 소규모 양조장이 밀집하는 구역이 생겼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뚝도청춘시장이 대표적이다. 뚝도시장 주변 500m 내에는 페어리플레이, OTOT술도가, 한강주조 등이 모여 있다. 이들은 성동양조연합이라는 전통주 양조장 연합단체 소속이기도 하다. 뚝도시장에 위치한 양조장의 한 대표는 “문래동·성수동처럼 이미 허가가 난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양조장 허가가 좀 더 쉽다고 알려져 있고 또 시너지도 날 수 있어 밀집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규모 양조장의 고민은 지속가능성이다. 뚝도시장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쪽은 양조장 열겠다는 청년이 90% 정도였는데 초창기에는 영세한 양조장이 창업 지원금으로 유지되다가 지원이 끊기면 폐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금액도 마트에서 파는 술보다는 비싸고 그렇다고 직접 제조한 술인데 싸게 팔 수도 없어 경영이 쉽지 않은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술판매 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었다. 소규모 양조장 대표들은 “소규모 양조장은 식당과 함께 운영하거나 문화 공간으로 양조장을 활용해야 수익이 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희량·전새날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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