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에 영화 상영...술공장, 동네 문화공간을 꿈꾸다

2023. 9. 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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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와이너리 ‘몽타주조’ ‘머곰’의 변신
양조장 몽타주조가 만든 누룩 발효기(왼쪽)와 머곰 양조장에서 발효 중인 청포도. 전새날·김희량 기자

“지금은 서울 강서구 유일한 양조장이지만, 앞으로 이곳에 양조장이 하나 둘씩 생겨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김광민 몽타주조 대표)

최근 찾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막걸리 양조장 몽타주조에서는 빵 냄새가 솔솔 풍겨지고 있었다. 김광민(32)·복순주(33), 두 명의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35평 규모의 몽타주조 양조장에서는 누룩이 발효되고 있었다.

이들이 등촌동에 양조장을 연 이유는 김 대표가 나고 자란 곳이면서도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등촌동은 서쪽에는 마곡지구, 동쪽에는 여의도가 있어 젊은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양조장 내부로 들어서자 발효 중인 술이 담긴 탱크가 한데 모여 있었다. 몽타주조의 막걸리 ‘서울야행’은 밑술에 2번의 덧술을 거쳐 3번 빚어내는 삼양주(三釀酒)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 작품인 ‘미드나잇 인 파리’를 오마주하면서도 우리의 전통주라는 의미를 담아 서울야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몽타주조는 강서구 인근의 김포 쌀과 직접 만든 누룩을 활용해 막걸리를 만든다. 누룩은 복 대표의 아버지가 농사지은 국산 병풀과 순우리밀을 활용한다. 복 대표는 “사케나 와인 같은 술만 봐도 각각의 양조장 특색이 명확하다. 우리만의 발효 미생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누룩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조장 안에는 누룩 수십 개를 건조하고 있는 발효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누룩은 발이 아닌 핸드 프레스와 전용 틀을 이용해 만들고 있다. 누룩을 만드는 것부터 완제품 생산까지는 약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몽타주조는 한 달 기준 평균 1000~1500병가량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에는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도 있다. 국산 포도로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머곰의 양조장이 대표적이다. 머곰의 양조장은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역 인근 지하에 있다. 와인 제조 특성상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20평대 규모의 내부에 들어서니 사람 키보다 높은 1000ℓ크기 발효 탱크 3개와 포도가 담긴 장독대가 보였다.

정호정 머곰 대표는 경기 부천시에 있던 양조장을 이달 서울로 옮겼다. 월세는 3배로 올랐지만 납품하는 업체들과의 접근성과 더불어 제품 개발에도 서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양조장에서는 국산 포도를 활용해 발효탱크에서 으깬 뒤 착즙과 병입까지 진행한다. 실제로 양조장 내 발효 탱크에 연결된 에어락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모습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머곰에서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는 유기농으로, 전부 통 안에 넣고 줄기채 사용한다. 정 대표는 “지금 송이를 으깨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매일 와서 상태를 확인하고 당도 변화를 본다”며 “이후 착즙기로 착즙하고 2차 발효한 뒤 12월부터 이듬해 2월에 병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머곰의 양조장은 1년에 화이트 와인 1800병·레드 와인 800병을 더해 총 2400병 정도 생산이 가능하다. ‘자연발효’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연 양조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건 와인이지만, 앞으로 논알코올이나 다른 과실을 이용한 자연발효 기반 주류를 선보일 계획이다.

헤럴드경제가 찾아간 양조장들은 술을 빚는 공간으로만 공간의 정체성을 한정해두고 있지 않았다. 해당 공간을 홍보·교류·판매의 공간으로 활용해 소규모 양조장이 가진 수익 창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몽타주조는 이미 양조장에서 ‘영화의 밤’을 콘셉트로 이벤트성 행사를 열기도 했다. 스크린을 통해 함께 영화를 보고 판매하고 있는 제품으로 술자리도 가지며 이야기 하는 시간을 보냈다. 행사에는 인근 동네 주민 외에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김 대표는 “향후 미래에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양조 교육이나 지역 연계 축제 등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머곰의 양조장도 양조장을 넘어 동네 문화공간으로 확장을 꿈꾸고 있다. 정 대표는 “양조장은 1년 중 5~6개월만 사용하고 있어, 양조장으로 활용하지 않을 때에는 논알코올 음료 개발이나 세미나 등 문화 공간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전새날·김희량 기자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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