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대형함 중심 미 해군, 중국 위협 맞서지 못한다”
첨단 소형 무인 함정 전환 지지부진
반복된 워게임서 취약성 드러나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형 해군 함정들을 건조하고 있으나 이는 시대에 뒤쳐진 방식이며 미 국방부가 이들 전함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군 함정 건조 예산은 올해만 320억 달러(약 42조3000억 원)이다. 이 예산은 주로 유도미사일 구축함과 상륙정 등 대형 함정 건설에 투입된다.
그러나 지구 건너편 바레인의 미 해군기지에선 21세기형 해군 전함이 시험되고 있다. 저비용으로 쉽게 건조하는 소형 무인함정이 이란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데 성공하면서 전문가들은 태평양 전투에서도 소형 무인함이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형 함정 연료비 정도의 예산으로 해상 드론과 무인잠수정, 공중 정찰 및 공격 드론으로 수백 km에 달하는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이란의 고속정이 유조선을 나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온 것이다.
국방혁신팀 책임자 마이클 브라운은 “이미 3만5000시간 이상 실험해왔다”면서 “믿기 힘들 정도의 능력이다. 최대한 빨리 이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르시아만 실험 무인함 매우 효과적
그러나 해군은 일자리 창출 등 군 획득 예산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대형함 건조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군 획득부문을 오래 책임지다가 최근 예편한 36년 경력의 로린 셸비 예비역 해군 소장 은 “미 해군이 거만해졌다. 항공모함과 엄청난 잠수함을 가졌지만 그뿐이다.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해군의 정책 변화에 저항하는 주요 세력이 의회다. 국방예산을 결정하는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군조선소가 있는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이들이 로비해 수천만 달러의 예산이 지역구 조선소로 배정되는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약 240억 달러(약 32조 원)이 추가로 함정 건조에 배정됐다. 국방 예산 어떤 분야보다 많은 액수다.
의회는 또 전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낡은 함정의 퇴역을 서둘러 해군이 기본 전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어 왔다.
척 당 20억 달러 유도미사일함 16척 건조중
대형 함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대표적으로 해병 신속대응군을 파병하는데 필요한 선박이 중국 위협 대응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전문가, 군수 산업 임원, 전현직 군 간부들이 기동력이 뛰어나고 건조비가 싸며 잃어야 큰 손해를 보지 않는 첨단 장비를 해군이 마련할 능력이 있는 지에 의구심을 보인다. 대형 함정 건조가 확대되고 있으나 이들 무기 예산은 유지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해군력 건설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국방부의 낡은 획득 시스템이다. 함정 등 무기의 세부 사양을 결정하는데 몇 년, 이후 예산을 확보하는데 몇 년 씩 걸리는 방식이 온존돼 있는 것이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다양한 무인 함정으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해 대응하는 것은 물론 대형 함정을 건조하는 것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또 기존 전함과 무인 드론을 결합한 “분산 해양 작전”을 강조하는 해군 지도부의 정책에 수십 년 묶은 전술에 익숙한 해군 지휘관들이 변화의 필요성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현재 미 해군이 건조중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강력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존 함정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방부가 실시한 워게임에서 중국의 위협에 갈수록 취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형 함정 중국의 수많은 미사일에 취약
국방부와 함께 워게임을 실시한 미 랜드연구소는 미국이 2가지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 해군이 맞닥트릴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함정이 중국 해안에 접근할 경우 상당수가 피격당할 수밖에 없어 2차 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해군 전투기와 미사일 공격이 불가능해 공군과 잠수함 등이 먼저 나서야 한다. 이는 해군 수상 전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이 무인 함정과 드론 편대를 신속 파견해 중국 표적에 다가가는 일이지만 해군이 이 능력을 갖추는 속도가 너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기존 대형 함정 구축 예산의 보호 및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시험중인 무인 함정은 속도가 빠른 것과 작전 시간이 긴 것 두 종류다. 이중 T-38 데빌 레이는 시속이 145km에 달해 어떤 함정보다 빠르다. 오션 에어로 트리톤이라는 함정은 태양전지가 설치돼 연료 보급없이 몇 개월 동안 작전할 수 있다.
미 해군이 인도양부터 태평양까지 이르는 광범한 지역에 주력하게 되면서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는 과제가 제기돼 왔으며 위의 두 무인 함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으로 간주되고 있다.
무인함정 실험을 주도해온 셸비 제독은 올해 예편한 직후 “해군력 개선을 넘어선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은 역사적 전환기다. 과거의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해군은 기존에 보잉 및 L3해리스 등과 계약해 대형 무인함정 건조 계획을 추진하다가 과잉 예산 등의 문제로 중단한 바 있다.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실험중인 무인함정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로 대형 함정 건조 경험이 전혀 없는 혁신적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관료주의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알라메다가 생산하는 정찰용 무인함정 세일드론의 경우 해군은 함정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데이터만 구매하는 방식으로 함정 구입비와 유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워게임 결과를 바탕으로 수천 대의 무인 정찰 함정을 구매할 필요가 있지만 미 국방부의 관료주의가 가로막고 있다.
셀비 제독은 “예산 과정, 의회 절차, 기업체 로비 모두 기존의 것을 재생한하고 개선하는데 집중돼 있다. 그것만으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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