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목욕탕 폭발 1차 감식 결과, 유증기 폭발 추정… 유증기 화재·폭발 원인과 대책은

권이선 2023. 9. 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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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발생한 부산 목욕탕 폭발화재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합동감식이 진행 중이다. 1차 합동감식 결과, 두 번째 발생한 폭발은 유증기에 의한 폭발로 보이지만 1차 화재의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10월 발생한 고양시 고양저유소 폭발 그리고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 1월 이천물류창고 화재도 모두 유증기가 원인이었다.

우리는 석유류를 사용하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안전의식이나 안전지식은 너무 낮은 게 현실이다. 도대체 위험한 유증기는 어떻게 발생하고 유증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에서 발생한 수증기와 같이 유증기는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석유를 정제한 연료가 저장소에서 저장되거나 유출된 액체 상태로 존재하다가 고열에 의해 기체로 기화된 상태를 말한다. 또한 유증기는 저장소에 유류를 저장하는 과정과 같은 유체의 과격한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고양저유소 폭발사고에서도 하루 전에 유류를 저장탱크에 저장했다는 기록이 있어 아마 이 과정에서도 유증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증기는 일정 이상의 농도가 되면 불꽃과 같은 점화원에 의해 동시에 불이 붙어 고온에 의해 열팽창하여 큰 굉음을 내면서 연소하는 과정이 되는데 이 상황이 폭발이다. 국제선급연합회(IACS)에서는 유증기의 최저 폭발 농도를 50mg/L로 정의하고 있어 1L에 50mg 이상이면 점화원에 의해 폭발한다.

이번 폭발 현장의 목욕탕 지하1층에 목욕탕 물을 데우기 위해 사용하는 연료인 경유 저장탱크가 있었다. 이 저장탱크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불꽃과 같은 점화원에 의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유증기의 발생과정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몇 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우선 목욕탕 지하1층에 설치된 저장탱크 내에서 유증기가 발생해 유증기 자체가 누설되어 점화원에 의해 폭발하거나 노후된 배관을 통해 외부 공기와 함께 점화원이 저장 탱크 안으로 들어가 폭발하는 경우다.

두 번째의 경우는 저장탱크에서 저장된 유류(경유)가 액체로 누설되어 외부의 고온에 의해 기체로 기화한 유증기가 점화원에 의해 폭발한 것이다. 세 번째로 우리가 사용하는 도시가스(LNG)나 액화석유가스(LPG)와 같은 액화가스가 밀폐공간에 누설되어 점화원에 의해 폭발할 수도 있다. 이 액화가스는 누설되자마자 기체로 변화된다. 마지막으로 정전기에 의해 유증기가 폭발할 수도 있다.

이번 사고가 약 30분 간격으로 2회에 걸쳐 폭발이 일어난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유류를 사용하는 가정이나 사업장에서는 유류가 누설되더라도 크게 위험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유류가 외부의 고온에 의해 기화될 경우 점화원에 의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기화가 된 상태에서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유류저장 탱크에서 유류 냄새가 난다면 누설된 유류가 기화되는 것을 추측할 수도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저장탱크에서 누설된 경유가 외부온도에 의해 기체로 기화된 유증기에 의한 폭발, 진화 후 잔불의 잔여열에 의해 다시 기화되어 유증기가 되고 잔불에 의해 유증기가 2차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점화원은 불꽃이 아니더라도 담배 불티는 물론 전원 스위치나 전원 코드의 스파크도 점화원이 될 수 있다.

유류를 저장하는 곳은 유증기가 발생하므로 관련 대책이 마련돼 있지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유류 저장소나 대도시 주유소에서는 자체 발생한 유증기를 회수하는 유증기 회수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치 조건이 저장 탱크 용량의 크기가 아닌 도시의 규모에 따라 규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 또한 셀프주유소에서는 정전기에 의한 유증기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전기 방지장치패드에 의해 몸에 있는 정전기를 없앤 후 주유하도록 하고 있다.

저장탱크 내에도 배관과 같은 통기관(vent)을 설치해 발생한 유증기를 외부로 자연 배출되도록 하거나 큰 저장탱크는 일정 이상의 압력이 되면 유증기가 외부로 배출되고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도록 하는 장치의 통기관 대기밸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 중 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번 사고현장의 유류저장 탱크도 이러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지와 설치되어 있더라도 정상 작동되었지를 검증하게 될 것이다. 이 건물은 33년된 노후건물이다.

유증기 폭발에 의한 화재의 경우에는 진화 후에도 누설된 유류에 의해 2차, 3차 폭발이 가능하므로 대비책이 절실하다. 초기 누설된 유류의 유증기가 폭발하여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화재 진압이 되었더라도 누설이 멈추지 않는다면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고온에 의해 추가 누설된 유류가 유증기로 기화되고 이 유증기는 진압 후 잔불에 의해 연쇄적으로 재폭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화된 목욕탕과 같은 유류저장소에 대해서는 실내든 실외든 고위험도별 전수조사가 시급하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을 위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다중이용업소법)’에 규정한 ‘다중이용업’에 목용장업소가 제외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 법에 규정한 ‘다중이용업’은 목욕장업으로서 맥반석 등을 가열하여 발생하는 열기나 원적외선 등을 이용하여 땀을 배출하게 하는 시설 및 설비를 갖추고 수용인원이 100명 이상인 목욕장을 ‘다중이용업’으로 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목욕장업은 제외돼 있다. 그러다보니 안전시설이나 안전점검 및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무방한 현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한 1990년대에 많은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등 급성장한 건설경기에 비해 안전대책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부터 이런 건물의 노후화가 시작되므로 안전대책 미비에 따른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시행착오로 인한 안전대책은 국민의 많은 고통이 따른다. 이제 안전 선진국의 벤치마킹을 포함한 안전전문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생활안전은 국가의 경쟁력이, 도시 안전은 도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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