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의 키워드는?…“남중국해·미얀마·우크라이나 등”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한·미·중·일 아세안 각국 정상급 방문
바이든, 아세안 불참하고 G20에 참석
외신 “바이든 불참에 여러 분석 나와”
미·중 갈등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여전한 가운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개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번째로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방문한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5~7일 개최되며, G20는 9~10일 열린다.
43차를 맞는 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시선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했다. 역외 국가를 초청해 열리는 올해 하반기 아세안 정상회의는 애초 11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의장국 인도네시아가 G20 정상회의와 연계 및 주요국 정상의 방문 일정을 고려해 9월로 앞당겼다. 아세안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여하는 정상회의는 해마다 2차례 열리는데 대개 상반기에는 역내 회원국에게, 하반기에는 역내는 물론 역외 국가들에도 참석 문호를 개방한다.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18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26차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포함한 12개의 다자회의와 13개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한다고 인도네시아 언론은 전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와 연계한 아시아 순방지로 베트남을 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안팎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지를 찾지 않는 점에 대해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제사회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군부통치가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 사태를 비롯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들은 남중국해 논란 등 갈등이 여실한 현안과 달리, 녹색 인프라와 탄력적인 공급망 개발, 식량 안보, 디지털 경제 생태계 구축 등에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아세안 중심성 강화에 목소리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이번 회의에서도 논쟁적인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최근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2023 표준지도’를 공개했다. 표준지도에서는 주변국과 국경·영유권 분쟁을 겪는 지역들을 대거 자국의 영토로 표시했다.
중국의 발표에 인도와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즉각 반발했다. 표준지도에서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남해9단선’을 그린 것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의 반발이 크다. 이들 4개국은 아세안 회원국이기도 하다.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세안 회원국들과 중국은 3년 안에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을 제정하기로 하고, 6일 개최될 아세안·중국 정상회의에서 COC 제정 방침에 합의할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이 자국의 외교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COC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에 부합하는 국제 규범, 원칙, 규칙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군정 체제의 미얀마를 제외한 9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미얀마는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정상회의 참석이 금지됐다. 아세안 회원국 가입이 확실히 되는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총리는 옵서버 자격이지만,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미얀마 군정체제는 올해도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군정 종식을 위한 아세안 차원의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분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미얀마 사태를 바라보는 회원국들의 시각이 통일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얀마 군정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조치를 이끌어낼 개연성은 높지 않다.
올해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2021년 4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미얀마 군정사태 해결을 위한 5개 합의안을 재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5개 합의안은 당사자의 건설적 대화, 폭력 즉각 중단, 아세안 특사 중재, 인도적 지원, 아세안 의장 특사단 미얀마 방문 등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안도 논의될 예정이지만, 아세안 회원국들이 동일한 목소리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회원국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소리 방송(VOA)은 이와 관련, 미국의 동맹국인 싱가포르·필리핀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오랜 기간 군사적 관계를 맺어왔던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는 비판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있다고 VOA는 평가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브루나이는 강대국 사이에서 비동맹 기조를 유지해온 아세안 특유의 중립성에 부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인도네시아와 미국 언론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불참과 관련된 보도 내용을 점차 키우고 있다. 지난 8월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바이든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불참 소식을 전하자,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의 노력을 주문했던 현지언론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주미대사의 잦은 교체와 오랜 부재 등이 미·인도네시아 관계는 물론 미·아세안 외교에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VOA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불참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신 보낸 점과 관련, 흔치 않은 일이어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화상으로 회담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는 직접 참가했다. 지난해 5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올해는 이와 달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직후 베트남으로 이동해 미·베트남 정상회담에 임한다. 아세안 정상회의를 건너 뛰는 셈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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