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시대 우리말] ③풀어드립니다…이차전지·셀·모듈·재활용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기상 재해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주개발, 양자컴퓨팅, 챗GPT 등 첨단 과학기술도 어느새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는 다양한 전문용어는 국민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수년째 과학기술, 의학 용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을 찾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용어들을 들여다보고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정부는 미래성장과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범부처 민관합동으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첨단 과학기술 용어를 어렵게 느낀다는 점(관련기사: "처음 들어봐요"…난해한 전략기술 용어, 육성 걸림돌 우려)이 확인됐다.
동아사이언스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들여다본 용어는 이차전지 분야로,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세부 중점기술은 4가지다.
이차전지(secondary cell)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다. 일회용인 일차전지(1차전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방전'은 화학 물질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을 말한다. 전지가 완전 방전되면 다시 전기에너지를 주입해 화학에너지로 바꿔 내부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충전'한다. 이렇게 저장된 화학에너지는 다시 방전 과정을 거친다. 여러 번의 환원을 거치며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이차전지는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어 4차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이라고도 불린다.
정부는 이차전지 글로벌 수출액을 2030년까지 2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일본·중국 3국이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세부 중점기술은 아래 4가지다.
1. 리튬이온전지 및 핵심소재: 이차전지는 전지를 이루는 핵심소재에 따라 리튬이온, 니켈, 흑연, 철전지 등으로 나뉜다. 이중 리튬이온은 전극 물질로 사용되는 알칼리금속이온 중에서도 크기가 작고 가벼워 단위 무게에 비해 큰 에너지를 얻는 데 용이하다. 전기자동차에 주로 사용돼 온 이차전지도 리튬이온전지다. 전지 내부는 음극과 양극, 전해액과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전해액(전해질 용액)은 충전·방전을 위해 화학물질이 원활하게 이동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인화점이 낮아 리튬이온전지가 과열되거나 도체 회로에 결함이 생기는 경우 열폭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전해액의 단점을 극복할 방안은 리튬이온전지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2.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셀: 리튬인산철(LFP)은 리튬이온전지의 양극 소재 중 하나로 쓰일 수 있는 물질이다. 기존 양극 소재인 리튬코발트(LCO), 니켈코발트망간(NCM)에 비해 열화가 덜 일어나는 특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편이다. 가격도 저렴해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는다. 원래 '값싼 중국산 배터리'라고 알려져 있던 LFP전지지만,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완성차 업체 시장을 섭렵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선두로 LFP 전지를 탑재한 저가형 전기차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산업계에서도 빠르게 LFP전지 상용화에 착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 이차전지 모듈·시스템: 전지 내부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4가지 요소를 사각형 형태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넣어 만든 전지의 최소 단위를 '셀(cell)'이라고 한다. 셀을 일정한 개수로 묶어 프레임에 넣은 전지 조립체를 '모듈(module)'이라고 부른다. 모듈을 묶어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등 전지 제어·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장착하면 전지 팩(pack)이 완성된다. 전지 팩은 전기차에 바로 장착하는 이차전지의 최종 형태다. 비유하자면 아파트 한 단지(팩)에 여러 동의 아파트(모듈)가 있고, 각 아파트마다 여러 세대의 집(셀)이 있는 모습이다.
4. 이차전지 재사용·재활용: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이차전지지만 충전 주기가 늘어나면서 전지 용량이 손실돼 수명을 다하게 된다. 소재 개발을 통해 전지의 수명 자체를 연장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지만, 수명이 다 된 이차전지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방법도 주요 전략기술로 꼽힌다. 이자전지 재사용은 '사용후 전지' 중 안전성이 보장되고 수명이 남은 이차전지만 선별해 다른 분야에 재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차전지 재활용은 폐전지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화학 물질을 추출해 다시 이차전지의 양극재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나 방법이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 광물을 사용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한 지점이다.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리튬이온전지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차세대 전지를 상용화하고 사용후 전지 및 폐전지 재사용·재활용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게 목표다.
지난달 외부온도의 변화만으로 열에너지를 발생시켜 이차전지를 충전하는 기술을 고안했던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미래에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운동에너지, 빛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이차전지 충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다 효율적인 이차전지 상용화를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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