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악기 불태우는 아프간 탈레반…배경은?

KBS 2023. 9. 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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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8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악기를 불태웠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처럼 문화에 대해 극단적으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 알아봅니다.

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탈레반이 집권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악기들을 불태웠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전해 주시죠.

[답변]

올 7월에 아프가니스탄 지방 정부가 악기를 포함한 음악 관련 물건을 불로 태우는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이 사진은 Herat 북서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보이고요.

기타, 하모늄(harmonium), 타블라(tablar) 같은 악기와 스피커 등이 불에 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관련 당국은, 음악이 반이슬람적 도구로, 젊은 세대를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우상숭배에 빠지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행위는 90년대 중반부터 2001년도까지 탈레반 정부가 이미 해왔던 “서구 문화 통제”의 연장으로 보이고요.

당시에도 음악이나 악기 연주가 결혼식을 포함한 공공장소나 대중매체에서 금지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국립음악학교의 설립자인 아마드 살마스트(Ahmad Sarmast)는 “문화 학살”이자 “음악-파괴(cultural genocide/musical vandalism)”라고 규탄했고요.

국제사회 또한 이를 인간의 창조 정신과 영혼을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앵커]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나라에 따라 음악에 대한 태도, 여성 교육에 대한 태도 등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종교학자로서 그 원인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답변]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음악을, 하람(haram), 즉 이슬람의 경전과 법이 금지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요.

반대로 이를 자유로이 허용하는 무슬림 사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불경한 것으로 보는 보수적 해석에서조차 중요한 것은, 음악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자의 부정적인 동기나 영향력인데요.

음악이 야기시킬지도 모르는 신앙적 타락이나 도덕적 해이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죠.

정통적 가르침이 무엇이냐와는 별개로, 각 이슬람 공동체가 음악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슬람의 주류인 수니-대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조차, 음악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pop rock 밴드인 Imagine Dragons 나 Bruno Mars, 그리고 랩퍼 Travis Scott의 리야드 공연도 성공적으로 열렸지 않습니까?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에서 KPOP의 높은 인기도 주목할 만하고요.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보는데요.

다른 세계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도 인간으로서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인정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교육권도 당연히 보장하는 것이죠. 탈레반 정권의 여성 억압 정책은 “이슬람의 일반적 가르침”이라고 이해돼선 안 되고요.

“종교를 활용한 사회 통제의 비정상적이고 극적인 예”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내의 저명 이슬람 학자인 압둘 라만 아비드(Abdul Rahman Abid)를 포함한 여러 무슬림 공동체들이 이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요.

정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앵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년 전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까?

[답변]

네, 그렇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2018년부터 여성들도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했습니다.

여성이 운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신학적 이슈라기보다 변화된 사회적 환경과 요구를 전통 보수-사회가 어떻게, 언제, 어떤 형식으로 이를 소화하고 적응해 나가느냐는 것이죠.

특별히, 전통적 가치의 원천인 종교가 비종교적 가치나 문화와 밀접히 관계하면서 변화 적응해 가는 과정을 “세속화 과정”이라고 하는데요.

기존의 많은 종교-사회가 이 과정을 겪어왔고 이슬람도 그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앵커]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나라마다 정교 분리의 정도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네, 정교-분리도 방금 언급한 세속화 과정의 한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요.

유럽 같은 경우는 17세기를 기점으로 정치와 종교가 본격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기 위해서는, 각 사회 조직들의 역할과 기능 분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합의가 중요한데요.

예를 들면, 대중들이 과학, 기술, 정치, 종교 등 각자의 전문성과 그 영역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고요.

구성원들의 종교성의 정도, 정치적 상황 그리고 끊임없는 내부적 성찰과 반성 그리고 개혁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슬람 세계도 세속화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각 나라가, 종교의 가르침 즉 코란을 사회적 규범과 법에 얼마큼, 어떤 형식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이죠.

아프가니스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그 영향력이 두꺼운 나라가 있는가 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나 터키, 모로코처럼 상대적으로 얇은 나라가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무슬림이 대다수인 나라가 50여 개국이 넘고, 이슬람을 믿는 신자들이 19억, 즉 세계 인구의 1/4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종교를 지나치게 타자화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이 205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요.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이들을 더 알아가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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