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인 이주 서사와 접속...'정연두–백년 여행기'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9.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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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선정 작가
국립현대미술관서 15년만의 개인전
신작 4점 등 5점 대형 설치작 시·공간·감각적 경험 선사
백년 여행기 One Hundred Years of Travels 2023 (사진 소농지 photograph by sonongji)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 박종달)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를 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정연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 20세기 초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에 주목했다. 전시명인 ‘백년 여행기’는 1905년, 영국 상선 일포드호를 타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 유카탄 주의 수도 메리다에 도착했던 백여 년 전의 한인 이주기를 의미한다.

‘역사’로서의 백년 전 이주기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백년초’라는 식물의 ‘설화’적 여행기에서 출발했다. 백년초는 백 년에 한 번씩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멕시코에서는 노팔 선인장이라고도 불린다.

작가는 2022년 9개월간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제주 북서쪽 월령리 일대의 백년초 자생 군락을 방문했다.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멕시코에서 태평양을 건너와 제주도에 뿌리를 내렸다고 알려진 백년초 이동 설화에서 작가는 한국과 멕시코를 잇는 식물 및 사람의 백년 여행기라는 소재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때 식물의 ‘이식’은 뿌리가 뽑혀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한 한인들의 ‘이주’와 접속한다. 그리고 이는 제국, 식민, 노동, 역사를 둘러싼 기존의 이주 서사 이외의 제3의 이야기를 열어주는 통로가 된다.

백년 여행기-프롤로그 One Hundred Years of Travels - Prologue 2022 (사진 소농지 photograph by sonongji) *재판매 및 DB 금지
세대초상 Generational Portraits 2023 (사진 소농지 photograph by sonongji)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서울관의 서울박스 및 5전시실에서 '백년 여행기', '상상곡', '세대 초상', '날의 벽' 등 4점의 신작과 '백년 여행기-프롤로그'(2022) 등 총 5점을 선보인다.

서울박스에서 사운드 설치 신작 '상상곡'(2023)이 흘러나온다. 초지향성 스피커가 내재된 천정의 열대 식물 오브제를 배경으로 2023년 현재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여러 국적 외국인들의 다종 다성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는 멕시코의 한인 이주민이 겪었을 낯섦의 감각을 역으로 유추하게 함과 동시에 동질성으로 제한되는 국가 외부의 다중 세계를 상상하도록 만든다.

5전시실 입구의 '백년 여행기- 프롤로그'(2022)는 설화와도 같은 멕시코에서 제주도로의 백년초 이주 서사를 마임이스트의 손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및 에네켄 농장을 형상화한 작은 무대 설치로 전환하여, 20세기 초 멕시코 한인 이주기와 중첩시킨다.

상상곡 Imaginary Song (2023)(2) (사진_소농지_ photograph by sonongji)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기간 중에는 대담, 공연, 학술토론 등 다양한 전시 연계 행사가 열린다. 서경식 교수(도쿄경제대학 현대법학부)와 함께 디아스포라에 대해 대담을 나누며, 신작 '백년 여행기'를 구성하는 판소리와 기다유 연주자가 전시장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학예연구사와 진행하는 ‘작가와의 대화’에서 보다 심층적인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전시는 15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정연두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그간 작품 세계의 변모를 보여준다. 동시대 보편적 경험이 된 이주나 이민, 이동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024년 2월25일까지. 관람 무료.

정연두 작가. (사진_소농지_ photograph by sonongji)정연두(b.1969)는 1998년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기억과 재현, 현실과 이미지, 거대 서사와 개별 서사의 역설적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퍼포먼스와 연출 중심의 사진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조명을 받아왔다. 2014년도 이후 작가는 다큐멘터리적 서사와 그에 내재된 개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4-2024)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2014년 이불, 2015년 안규철, 2016년 김수자, 2017년 임흥순, 2018년 최정화, 2019년 박찬경, 2020년 양혜규, 2021년 문경원&전준호, 2022년 최우람에 이어, 2023년 정연두 작가가 선정됐다.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의 주요 작가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매해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진작가 한 명을 선정해 작품 활동과 전시를 지원하며, 국내·외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기업이 만나 상생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 후원 사례로서 한국 미술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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