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복귀에 힘 받던 롯데관광개발, 숨고르기… ‘공매도 한복판’인 게 영 불안하네

전준범 기자 2023. 9.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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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복귀 덕에 한 달간 주가 55% 급등 후
최근 나흘간 10% 넘게 빠지며 숨 고르기
하락세에 관심받는 공매도 잔고 비중 1위
해외 CB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섞였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불안감… 대차잔고도 늘어나

유커(游客·중국인 단체관광객) 복귀 소식에 급등했던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최근 3거래일간 9% 넘게 하락했다. 5일 장 초반 하락까지 감안하면 낙폭이 11%를 넘는다. 한 달간 55% 이상 오른 뒤 숨 고르기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가 전환사채(CB)를 추가 발행하기로 한 점도 주가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치솟던 주가가 내림세로 돌아서자, 투자자들은 롯데관광개발이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늘어난 대차잔고가 실제 공매도로 이어질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어 투자자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8월 24일 오후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전날보다 370원(2.42%) 내리고 있다. 지난 4일도 전 거래일보다 470원(2.91%) 하락한 1만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관광개발은 8월 31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9.20% 떨어졌다.

앞서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복귀 소식에 기대감을 모으며 급등한 바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일 1만100원이던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한 달 새 55.45% 치솟았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승률 10위에 해당한다. 8월 31일에는 장 중 1만768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돌아온 유커 덕에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의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93억원, 159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또한 1412억원, 306억원으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최근 상승 폭이 크다는 점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롯데관광개발이 CB를 추가 발행하기로 한 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코르사에셋과 키움-디에스 투자조합 등을 대상으로 203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조달한 자금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카지노와 호텔 운영에 쓰일 예정이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향후 투자자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된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로 나오면 주가에 부담을 준다”며 “CB 발행 결정이 투자심리를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관광개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롯데관광개발 제공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을 계기로 롯데관광개발의 높은 공매도 비중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롯데관광개발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공매도 잔고 비중 1위다. 8월 31일 기준 시가총액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6.35%에 달한다. 공매도 잔고 수량은 469만995주다. 이 회사의 공매도 잔고 비중은 올해 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한창일 때도 10%대를 유지했다. 현재 비중은 유커 복귀 소식과 함께 6%대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만만치 않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대차잔고는 지난달 30일 1062만9286주에서 이달 1일 1136만3949주로 증가했다. 대차잔고는 공매도 대기 자금의 성격을 띤다. 국내에선 무차입 공매도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공매도하려면 대차거래가 필수다. 대차잔고가 증가하면 공매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다만 롯데관광개발 공매도 물량의 상당수가 해외 CB 투자자의 위험 회피용 물량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롯데관광개발이 2019년 해외 CB를 발행할 당시, CB를 인수한 해외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미리 공매도에 나선 물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 하락을 노리는 일반 공매도 물량은 아주 많지 않다”면서 “이 수치만 따진다면 롯데관광개발의 공매도 잔고 순위는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말 중국인 단체관광 유입이 본격화하면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다시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는 29일부터 중국 3대 연휴인 중국 국경절이 시작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 롯데관광개발의 주요 사업인 카지노에서도 중국인의 드롭액(카지노 이용객이 칩을 구매하면서 낸 돈)이 늘 것이고, 이는 매출액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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