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개근했던 중국…시진핑, 왜 올해는 불참 선언했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9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20는 기존 G7에 신흥경제국 12개와 유럽연합(EU)을 더한 개념이다.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금융·외환 등에 관련된 국제적 위기 대응 시스템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G20 재무장관 회의가 1999년부터 열렸고,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8년부터는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큰 미국과 유럽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던 반면 중국은 4조위안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세계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이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에서 더 나아가 G2로 불릴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넓힌 계기였다.
서방 중심의 G7에 대항하는 틀로서 G20을 중시해 온 중국 지도자들은 매년 G20 정상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런 만큼 이번 시 주석의 불참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먼저 의장국 인도와의 갈등이 꼽힌다. 중국은 최근 공개한 2023 표준지도에서 국경·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을 모조리 자국 영토로 표시해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특히 인도는 자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중국이 실효지배 중인 악사이친 고원이 모두 중국 영토로 표기된 것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홍콩 언론도 시 주석의 불참을 두고 “의장국 인도와의 사이에 국경분쟁 등의 긴장이 있기 때문”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중국과 인도 간 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인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봤자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인도의 위상만 높여줄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불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한 이후 대내외적으로 공개 행보가 크게 줄었다. 해외 방문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 지난 3월 러시아 방문과 지난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세 번 뿐이다. 시 주석은 해외 지도자들과 만날 때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의나 지난 5월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 역시 중국에서 열렸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는 나란히 앉던 외교적 관례를 깨고 상석에 앉는 모습을 연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은 집에서 외국인 손님을 맞이할 때 더 높은 지위를 누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알프레드 우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시 주석이 ‘황제놀이’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동산 위기로 인한 경제 침체 등 중국 내부 문제가 더 시급해서 시 주석이 순방을 자제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 주석의 건강을 고려해 리창 총리와 역할을 분담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건강상 이유라고 한다면 불과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도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말 베이징 근교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절대적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부여받은 시 주석이 성과가 불확실한 현장에 나타나는 것을 점점 더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시 주석이 지난달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원로 그룹으로부터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간언을 듣고 측근들에게 “문제가 내 탓인가”라며 분노를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경제 문제로 위기 상황에 내몰린 중국 지도부가 시 주석의 체면을 고려해 오는 G20 정상회의에 2인자인 리창 총리를 보내기로 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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