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데뷔 14주년…"더우면 까만 긴옷 입자" 무슨 뜻이었을까? [MD칼럼]
독보적 음악으로 K팝 걸그룹 판도 바꿨던 빅토리아, 엠버, 루나, 크리스탈, 설리
[이승록의 나침반]
데뷔 14주년이 되었으나, 걸그룹 에프엑스(f(x))가 남긴 흔적은 여전히 선명하다.
에프엑스는 지난 2009년 9월 1일 데뷔 싱글앨범 '라차타(LA chA TA)'를 발매하고, 같은 달 5일 MBC '쇼! 음악중심'을 통해 가요계 정식 데뷔했다. 함수식을 뜻하는 에프엑스(f(x))라는 그룹명만으로도 당시 파격적이었다. 이 때문에 데뷔 이후 에프엑스는 팬들 사이에서 '함수'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x의 값에 따라 결과가 변하는 수식처럼, 멤버들의 다양한 재능과 매력을 바탕으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미라고 밝힌 바 있다. 데뷔 쇼케이스 당시 리더 빅토리아도 "아시아의 대표 팝 댄스 걸그룹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멤버들의 목표처럼 실제로 에프엑스는 아시아 대표 걸그룹으로 우뚝 선 것은 물론이고, 지금처럼 K팝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전파하고 인기 끄는 데 성공했다.
성공 배경에는 에프엑스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단연 주효했다.
기존의 청순하거나 고혹적인 걸그룹 추세와는 전혀 다르게 자유분방한 개성을 강조하고, 떄로는 시크한 콘셉트까지 소화하며 에프엑스만의 차별화된 색깔을 만들어나갔다.
특히 에프엑스의 특징 중 하나인 정체불명의 가사들이 통통 튀는 노래들과 어우러지며 대중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하고 새로운 유행까지 이끌었다. 에프엑스의 히트곡 중 하나인 '핫 서머(Hot Summer)'에 등장한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란 가사가 대표적으로, 해당 가사는 지금까지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빅토리아, 엠버, 루나, 크리스탈, 그리고 설리까지 다섯 멤버들의 독보적인 개성과 매력도 대중을 에프엑스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도회적인 외모와 다르게 털털한 성격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 끈 맏언니 빅토리아를 필두로 무대 밖에선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무대 위에서는 파워풀한 랩을 쏟아내는 엠버, 뛰어난 가창력의 메인보컬이지만 댄스 실력도 빼어났던 비타민 에너지의 루나, 당시 '시크하다'라는 이미지의 상징이자 미모와 보컬 실력을 겸비해 뜨거운 사랑 받은 크리스탈, 엉뚱하면서 발랄한 매력을 보여주며 특유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인간 복숭아'로 불렸던 설리까지, 에프엑스 멤버들의 조화로운 구성과 끈끈한 팀워크도 에프엑스 인기의 핵심 이유였다.
활동 기간 동안 '피노키오', '핫 서머',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 '첫 사랑니'(Rum Pum Pum Pum), '레드 라이트(Red Light)', '포 월즈(4 Walls)' 등 수두룩한 히트곡을 냈는데, 대중적 인기뿐 아니라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도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에프엑스다. 타이틀곡 외에도 '아이스크림(Ice Cream)', '좋아해도 되나요(...Is It OK?)', '뷰티풀 스트레인저(Beautiful Stranger)', '에어플레인(Airplane)', '올 나이트(All Night)', '글리터(Glitter)' 등 에프엑스의 색깔을 이어 받은 수록곡들도 명곡으로 손꼽힌다.
사실상 마지막 앨범으로 불리는 정규 4집 '포 월즈'를 2015년 10월에 내고, 2016년 1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데뷔 9년 만에 열린 에프엑스의 첫 단독 콘서트였다. 2월 일본에서 4회 공연을 열긴 했으나, 당시 서울 콘서트 이후 에프엑스의 콘서트는 다시 열리지 않아 팬들에게는 마지막 콘서트로 여겨진다.
당시 데뷔 7년 만의 콘서트에선 에프엑스 멤버들도 감격한 기색이 역력했고 노래를 부르다 울컥 눈물을 쏟기도 했다. 특히 7년 만에 첫 공식 팬클럽 '미유'를 발표하며 에프엑스는 "우리 항상 함께해요, 미유!"라고 소망했던 바 있다. '미유'는 '너와 나'란 뜻의 이름으로, 당시만 해도 에프엑스 멤버들이나 팬들 모두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지금도 전 세계의 많은 '미유'들이 에프엑스와의 애틋한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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