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교실·쿠팡 아르바이트 생활’ 일본에서 통한 전 KCC 박세진의 간절함
[점프볼=조영두 기자] 박세진(30, 201cm)의 간절함이 일본에서 통했다.
일본 B3.리그 가나자와 사무라이즈는 지난달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세진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3-2024시즌까지다. B3.리그는 일본의 3부 리그에 해당된다.
2016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전주 KCC의 부름을 받았던 박세진은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계약 미체결로 남은 그는 농구 교실, 쿠팡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고, 일본을 찾아가 트라이아웃에 참여했다. 결국, 가나자와와 계약에 성공,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박세진은 9월 중순 가나자와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지난 3일 그를 만나 근황, 일본 무대에 임하는 각오 등을 들어봤다.
먼저, 가나자와와 계약한 소감이 어떤지요?
어려운 상황에서 가나자와 팀과 계약을 맺게 되어 감사해요. 농구를 1년 더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기쁩니다.
일본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을 찾아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계약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5월에 FA 자격을 얻었는데 어느 팀의 연락도 받지 못했어요. 이후에 개인적으로 운동을 도와주시던 선생님께서 ‘일본의 전망이 밝으니 한번 도전을 해보자’라고 제안을 해주셨죠. 하지만 저는 에이전트가 없었기 때문에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어요. 그 결과 가나자와 팀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있었고, 이번에 정식 계약까지 하게 되었어요.
5월 이후에는 수입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생활했나요?
6월부터는 월급을 받지 못해서 우선 적금을 깨서 생활했어요. 그리고 농구 교실에서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했죠. 생활비를 더 벌기 위해 쿠팡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데드라인을 정해서 ‘이날까지 안 되면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라는 생각이 있었죠. 다행히 데드라인에 맞춰 가나자와와 계약을 하게 되어 너무 기뻐요.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제가 농구를 늦게 시작했어요. 잘하든 못하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죠. 너무 감사하게 아시아쿼터 제도가 생겼고, 일본으로 한국선수들이 많이 가고 있어요. 저도 제 농구선수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일본에서 좋은 기회가 와서 도전을 할 수 있게 됐어요.
KCC 코치로 있었던 타일러 가틀린이 B3.리그 도쿄 하치오지 비 트레인스 감독이 됐어요. 연락해서 조언을 구했나요?
지난 시즌 B.리그 교토 한나리즈 코치로 계셔서 연락을 했어요. 워크아웃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식사를 같이 하다가 트라이아웃을 찾아서 가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죠. 그래서 가나자와에서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계약 후 연락을 드렸는데 너무 축하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우여곡절 끝에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는데요. 간절함이 통한 것 같은데요?
정말 다행이에요. 일본 진출을 준비하면서 안 될 거라는 생각도 했거든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인터넷을 다 뒤져서 트라이아웃 정보를 얻었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서 너무 기뻐요.
마지막으로 일본 무대로 향하는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KCC에 너무 감사해요. 그동안 키워주신 감독님들, 코치님들, 스태프, 단장님 사무국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에는 매니저 제안까지 해주셨거든요. 아까 언급한 개인적으로 운동을 도와주시는 선생님께도 감사해요. 함께 일본을 방문해서 통역, 에이전트 역할까지 해주신 덕분에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어요. KCC에서 함께 생활했던 (하)승진이 형, (라)건아 형, (이)승현이 형 등 대형 빅맨들과 부딪치면서 배운 것들이 가나자와에서 멋지게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_조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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