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광장에 대형 ‘김정은’ 글자…“8만 명을 한곳에 동원”
KBS는 위성 사진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하는데, 지상의 가로 세로 0.5 미터 크기 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기본적인 군용 정찰위성 수준입니다. 대상 선정과 분석 작업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연중 함께 합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오는 9일 북한의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북한이 준비 중인 열병식 모습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 8만 명이 만든 '김정은' 글씨 포착…"속초시민 전체가 모인 규모"
주말이었던 9월 2일 토요일 오전.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는 9일 북한의 정권수립 75주년, 이른바 '9.9절'을 일주일 앞두고 열병식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김일성 광장은 약 3만 제곱미터 넓이로, 8만~9만 명이 모일 수 있는 규모입니다. 남한의 속초시 인구가 8만 2천 명 정도이니, 속초시민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셈입니다.
8만여 명의 군중은, 일사분란하게 빨간 술로 바탕을 만들고, 또렷하게 '김정은'이라는 흰 글씨를 표현해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앉는 주석단에서 바라봤을 때 글씨가 보이도록 꾸몄습니다. 가로 세로 3미터 가량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저화질 위성으로도 글씨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시민 8만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카드섹션으로 국가 지도자의 이름을 만들어내는 풍경은 북한의 독재 체제가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 병력 수천 명 ·차량 수백 대 모여 열병식 연습도
평양 김일성 광장으로부터 동쪽으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사동구역에선 병력 수천 명이 참여하는 연습이 별도로 진행됐습니다.
8월 초부터 이곳에 차량이 집결하기 시작하더니 8월 중순부터 연습이 본격화됐습니다. 휴일이었던 9월 2일에도 연습이 한창이었습니다.
고화질 위성 사진이 찍힌 8월 31일 영상을 보면, 차량 3백여 대가 집결했고 병력은 3~5천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주석단 모형을 세워두고, 그 앞에 병력들이 오와 열을 맞춰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 이번엔 민간무력열병식…"7월 열병식의 절반 정도 규모"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9월 9일에 '민간무력열병식'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번 열병식에선 무인기나 ICBM 등 주요 무기는 등장하지 않고, 노농적위군, 사회안전군 등 비정규군 중심으로 열병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이번 열병식은 사동구역 훈련 규모로 봤을 땐, 지난 7월 27일 전승절 열병식의 절반 정도 규모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로운 민간 무력 부대를 등장시켜 실질적인 전쟁 준비 역량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 올해만 세 번째 열병식 동원…의도는?
북한의 열병식은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 이른바 북한의 '전승절' 이후 40여 일 만입니다.
2월 8일 북한의 건군절까지 포함하면 올해 들어 3번째입니다. 열병식이 1년에 3차례 열리는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두 차례나 실패하고 경제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열병식 통해 분위기를 환기하고 내부를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은 열병식 영상을 최첨단 촬영 기법을 동원해 촬영한 뒤, 조선중앙TV를 통해 내부에 노출하고 있습니다.
■ 북·중·러 결속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7월 27일 열병식 때 가장 주목할 부분은 주석단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함께 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한 장면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한국, 미국, 일본의 이른바 '한미일' 연대에 대응해 결속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열병식을 계기로 고위급 대표단을 또 파견한다면, 지난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 열병식에 이어 또다시 북중러가 결속을 과시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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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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