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좌타라인’, 올해 안타 방향은 ‘좌향좌’···수비 시프트 GO? STOP?
지난 3일 잠실 한화-LG전. 1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LG 3번 김현수가 한화 선발 문동주의 2구째 패스트볼을 끌어당겨 1·2루간으로 빠르게 흘러나가는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누가 봐도 ‘안타 코스’였다. 그러나 ‘수비 시프트’가 걸려있었다면 ‘내야땅볼’로 처리되며 안타 하나가 증발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전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는 극단적일 만큼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를 하던 한화는 지난 5월 최원호 감독으로 벤치 수장이 바뀐 뒤로는 유주자 상황에서 보수적인 수비 위치를 잡고 있다.
김현수 같은 왼손 강타자를 만나거나 좌타라인이 주류이던 LG 타선을 만나는 팀이라면 내야수비를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돌려놓는 이동을 자주하는 게 최근의 흐름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의 LG와 만남이라면, 무엇이 정답이라고 정리하기 어려워졌다. 누적 데이터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LG 타선에서는 좌익수 방향 안타가 우익수 방향 안타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만 해도 LG는 우익수 방향 안타가 489개(스탯티즈 기준)로 좌익수 방향 안타 430개보다 많았다. 중견수 방향 안타는 406개. 그런에 올해는 4일 현재 좌익수 방향 안타가 427개로 우익수 방향 안타 358개보다 확연히 많아졌다. 또 중견수 방향 안타는 305개였다.
가장 도드라진 이유는 지난해 LG 타선에는 없던 오른손 외국인 강타자가 생겼다는 것. 올시즌 합류한 LG 오스틴 딘은 타구 방향이 고른 편이지만, 좌익수 방향 안타가 66개로 우익수 방향(31개), 중견수 방향(35개) 안타보다 확실히 많았다. 여기에 대표적인 오른손 ‘풀히터’ 박동원이 포수로 가세하며 좌익수 방향 안타를 늘렸다. 박동원은 올시즌 안타 84개 가운데 69%에 이르는 안타 58개를 좌익수 쪽으로 뽑아냈다,
그런데 LG 안타 방향의 변화가 똑똑한 우타자의 가세로 일어난 현상만은 아니다. 올시즌 LG 왼손타자들의 안타 방향도 전반적으로 왼쪽으로 조정됐다. 김현수 또한 지난해만 해도 좌익수 방향 안타가 29개로 시즌 안타 150개 중 19.3%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16안타 중 24.1%(28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LG 좌타라인 전체 흐름으로 보자면, ‘알아서 하는’ 김현수 같은 베테랑 타자들의 변화는 미미했다.
주전 그룹에서 도약기에 있는 왼손타자 문성주는 올시즌 좌우 안타가 32개로 동일하다. 가운데 방향 안타도 33개로 비슷했다. 문성주는 지난해에는 우익수 방향 안타가 40개로 좌익수 방향 안타 24개보다 선명히 많았다. ‘당겨치기’ 스타일에서 흔히 말하는 ‘밀어치기’ 패턴의 안타가 대폭 늘었다. 이같은 안타 패턴은 대표적인 스프레이 히터 홍창기(좌 47개, 우 45개)뿐 아니라 박해민(좌 41개, 우 44개), 신민재(좌 32개, 우 19개) 등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연은 아니다. 한 베테랑 선수는 “선수들이 통계적인 것까지 체감하고 있지는 않지만. 좌타자의 경우, 왼쪽으로 밀어치자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종종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이는 염경엽 LG 감독이 ‘인앤아웃 스윙’으로 맞는 면을 최대한 늘리자고 개막 이전부터 강조한 것과 맥이 닿는 부분. 지표로 보자면 벤치 의중이 타자들에게 잘 스며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장타에서의 손해 가능성이다. 실제 LG의 홈런 생산력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다. 지난해 LG는 팀홈런 118개로 경기당 0.82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올해는 홈런 71개로 경기당 평균으로는 0.63개를 터뜨렸다.
LG는 밖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변화 속에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안타 방향 변화도 그중 하나로 이는 상대팀의 대응법을 다소 복잡하게 하는 대목이 될 수도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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