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교체 우크라이나군…부패 심각성 드러났다

강영진 기자 2023. 9. 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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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에는 3000여 곳 국영기업들에 집중된 부패
전쟁 발발후 보급품값 뻥튀기 등 국방 예산으로 확산
최대 부호 체포…젤렌스키 "부패는 반역으로 간주"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의회 공보실이 제공한 사진에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각) 키이우에서 의회 의장에게 보내는 사임서를 보여주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방부가 군대와 사회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다른 형식의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며 레즈니코우 장관을 해임하고 신임 국방부 장관에 40대 국유자신기금대표 로스템 우메로우를 지명했다. 2023.09.0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교체는 우크라이나 군의 부패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내외의 신뢰를 받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일한 약점이 부패 문제의 해결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NYT가 보도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의 부패 실상이다.

지난 한 해 우크라이나의 당국자들의 부패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터부시됐다. 그러나 지난 3일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부패가 최고위직까지 확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막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아 대반격전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국방장관을 교체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 3명을 만나 전시 부패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일부 미 의원들이 부패를 이유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따른 것이다.

최고위 당국자들까지 부패 연루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비판에 부응해 강력한 부패 청산 노력을 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계엄령에 따라 부패를 반역으로 처벌하려는 정책이 가장 큰 역풍을 맞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 이래 국방장관으로 재직해온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이 4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가 직접 부패에 연루된 혐의는 없으며 국방부에 대한 부패 수사가 확대되는데 따라 사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반부패센터의 다리아 칼레뉵은 “돈이 어디로 갔느냐”며 “부패로 무기 공급이 제대로 안되면 병사들이 숨진다”고 했다.

올해 9억800만 달러어치의 무기 공급 계약이 체결됐으나 제때 공급되지 못한 일이 있다. 선급금이 이미 해외 무기업자 계좌에 지불된 상태였다. 아직 경위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국방부의 획득 당국자들이 무기 공급자들이 의무 이행없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걀·콩통조림·방한복 등 기초 보급품값 뻥튀기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식품과 방한복 등의 기초 보급품을 너무 비싸게 사들였다고 폭로해왔다.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 무기나 자금이 직접 유용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에 대한 의문 제기가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과 획득 책임자가 지난겨울 달걀을 높은 값에 사들였다는 보도가 있은 뒤 체포됐다. 또 지난 달 징병책임자가 징병 회피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해임됐다.

수뢰를 반역으로 다스리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책에 계엄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온다.

당국자들은 무기 계약이 잘못돼 무기와 탄약 생산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 전쟁 초기 혼란기에 벌어진 일이며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부패 문제는 주로 3000곳이 넘는 국영회사들에 집중됐다. 정부가 유용되는 자금을 해외의 지원금으로 메워 왔다.

전쟁이 터지면서 군사 지원이 급증하자 부패가 군사부문으로 옮겨졌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국방 예산은 전체 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달걀 한 알에 17흐리우나(약 570 원)에 비싸게 수매하는 등 기초 보급품 구매를 둘러싼 부패를 집중 보도해왔다. 튀르키예에서 도매로 수입한 통조림 콩의 가격이 우크라이나 수퍼마켓의 소매가 가격보다 비싸다는 지적, 부실한 방한복 수천 벌을 구매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방은 부패를 반역으로 처벌하려는 젤렌스키 대통령 정책에 우려를 표시해왔다. 대통령 직속의 군정보국(SBU)가 수사에 나서게 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된다는 우려다.

‘반역 간주’ 방침으로 대통령 권한 남용 우려도

설리번 보좌관과 지난주 회의에 2014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받아 설치된 검찰 및 법원의 특별수사단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조직들이 부패를 반역으로 처벌하는 경우 권한을 잃게 된다.

이번 주 우크라이나 최대 부호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의 체포는 정경유착의 차단의 신호탄이다.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 선거를 지원한 그가 부정과 자금 세탁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와 접촉을 끊었다.

지난 5월에는 대법원장이 부패혐의로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제 차관이 인도주의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제투명성기구 책임자 안드리 보로빅은 부패스캔들은 좋은 현상이라며 “전쟁이 부패와의 전쟁을 멈추는 핑계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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