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빙’ 강풀 작가 “첫 극본 도전, 가장 중요한 건 재미였죠”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3. 9. 5. 1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작보다 재미있다는 반응? 기분 좋더라”
“왜 직접 극본 썼냐고요? ‘무빙’ 애정 남달랐죠”
“착한 사람들 좋아, 능력보다 중요한 건 공감”
강풀 작가가 원작 웹툰에 이어 ‘무빙’의 극본을 쓴 이유를 밝혔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기 웹툰 작가 강풀(49)이 ‘무빙’으로 첫 극본 작업에 도전,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 웹툰의 강풀 작가가 각본을 쓰고, ‘킹덤’ 시즌2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이정하 김도훈 등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지난달 9일 에피소드 7개 공개 후, 매주 수요일 2개씩 그리고 마지막 주 3개로 총 20개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2023년 34주 차 디즈니+ TV쇼 부문 월드와이드에서 1위에 등극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강풀 작가는 ‘무빙’의 뜨거운 반응에 “기분 좋다. 제가 반응이 어떤지 몰라서 주변 반응 밖에 잘 모른다. 제가 만화 그릴 때도 댓글을 잘 안 봤다. 이번엔 아침에 일어나서 검색해보게 되더라. 그런데 제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기억에 남는 건 원작보다 낫다는 거였다. 웃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비교 대상이 원작인데 제가 그 원작을 쓴 사람이니까. 내가 그린 만화에 미안하면서도 기분은 좋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풀 작가는 원작 웹툰에 이어 직접 ‘무빙’의 극본을 썼다. 그에게도 첫 도전이었다. 과거 드라마와 극본을 찾아보며 방법을 고심했고,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본을 써나갔다. 그림을 그리듯이 ‘무빙’의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그는 직접 대본을 쓴 이유에 대해 “제 웹툰이 영화화될 때 벽에 부딪혔다. 다들 좋다고 계약해서 가져가는데, 두 달쯤 지나면 다들 이상하다고 전화가 오더라. 웹툰을 2시간 안에 맞춰 축약 변형을 해야 하니까. 이번엔 드라마를 했는데 다른 사람이 쓰다가 의견 내는 과정에서 저도 진지하게 하게 되더라. 영화화할 때는 완성된 작품으로만 봤는데, 드라마는 호흡이 길고 ‘무빙’은 애정이 남달랐다. 의견을 내다보니까 직접 해보겠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고민이 됐는데, 역으로 한번 써볼 테니까 보고 판단해달라고 제안했다. 만화는 저만 알아보면 되는데, 이제는 제작진 감독 배우 다 알아봐야 하는 시나리오로 쓰는 게 낯설더라. 다행히 좋다고 해서 직접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무빙’에 욕심이 났던 건 만화는 하다 보면 덜어내는 부분이 많아요. 마감도 있고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를 다 못하기도 하죠. 그래서 캐릭터가 납작해질 때가 있어요. 이건 더 할 수 있겠다 싶었고 협업해보고 싶었어요. 만화는 어시스턴트가 있지만, 제가 책임지는 구조라면 ‘무빙’은 너무 많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래서 마음가짐도 다르고 반응도 검색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만화도 온전히 그린 거지만 더 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극본을 맡았죠.”

강풀 작가가 ‘무빙’을 시리즈로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재미였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요즘 흔하지 않은 20부작이지만, ‘무빙’을 시리즈로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건 ‘재미’다. 트렌드와 거리가 멀다고 할지라도 인물의 서사에 집중했다.

강풀 작가는 주안점을 묻자 “무조건 재미였다. 제가 만화를 20년 넘게 그렸는데 시대가 변한 걸 느낀다. 사람들은 서사를 보지 않더라. 숏폼처럼 짧은 걸 보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줄거리와 스토리는 다르다. 저는 개개인 인물과 서사가 중요했다. 결국엔 인물이 사건을 만나서 결말로 가는 건데 사건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소재니까. 나는 인물에 집중하고 싶었고 인물 서사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사가 중요한 건 사람을 알아야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 사람들이 처음엔 봉석이(이정하)를 보고 답답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풀리는 게 7화다.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 회차마다 떨어진 걸 보면 지루할 수 있지만, 완성된 걸 보면 쌓아나가는 서사가 중요했다. 다 풀면 사람들이 지루해할 수 있지만, 이걸 끌고 갈 수 있는 게 재미다. 그래서 무조건 재미있는 게 목표다. 쓰고 나서 나만 재미있을까 헷갈리는데 그건 모든 작가의 고민이다. 대중과 내가 재미있는 걸 맞춰가는 게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리즈에는 원작 웹툰에 없는 나주 봉평 진천 전계도 프랭크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에 그는 “급조된 건 아니다. 프랭크는 다음에 그릴 웹툰 ‘히든’에 나올 인물이다. 1~7화는 하이틴물인데, 긴장감이 필요해서 가져온 거다. 전계도에 대한 애정도 크다. 만약 이 아이들이 자라면 어떻게 자랄까 생각이 들었고, 부모와 자녀 세대의 중간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전계도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계속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빙’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은 특별하지만 평범한 ‘한국형 히어로’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초능력자들이지만, 가족 로맨스 우정 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강풀 작가는 “이제 히어로라는 소재가 흔해졌지만, 재미만 있다면 시대와 상관이 없더라. 한국형 히어로라고 우겼는데 먹혔다.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떤 뒤 “‘무빙’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부터 하고 싶었던 건, 한국 역사를 넣고 싶었다. 픽션이지만, 역사를 넣으면 한국형 히어로가 보일 것 같더라.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역사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무빙’의 히어로롤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극 중에도 가장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라고 말하지 않나.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게 공감이다. 한 번 더 생각해주는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을 날고 재생 능력이 있고 힘이 세고 그런 능력보다 사람으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공감’이 아닌가 싶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전 착한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런 걸 보고 싶어요. 아버님이 목사님이셨는데, 협력하며 선을 이룬다는 말씀을 많이 했어요. 모두가 힘을 합쳐서 좋은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좋아하죠. ‘무빙’의 정확한 제작비는 몰라요. 처음엔 쓰고 싶은 게 많은데 이걸 제작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죠. 박인제 감독이 일단은 쓰라고 하더라고요. 그건 작가가 고민할 몫이 아니고, 작가가 예산을 생각하면서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고마웠죠. 오히려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해서 다 해봤어요. 그래서 고맙죠.”

강풀 작가가 ‘무빙’이 디즈니+에서 공개돼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강풀 작가를 믿어준 박인제 감독도, 강풀의 대본을 화면 속에 생생하게 그려준 ‘무빙’의 배우들도 모두 고마운 존재였다. 그렇기에 ‘무빙’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디즈니+와도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만남이 됐다. ‘무빙’이 전세계 1위를 기록하며 디즈니+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했기 때문.

8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는 그는 “디즈니+라 좋았던 건 1.5배속이 안 된다는 거다. 요즘엔 사람들이 1.5배속으로 해서 본다고 하더라. 내가 시대를 못 좇아가나 싶기도 한데, 디즈니+는 배속을 높이는 게 안 된다고 해서 좋았다. 일부에선 공개 방식이 아쉽다고 하는데, 저는 마음에 든다. 한주에 2회씩이니까 영화 한 편이라고 보면 된다. 매주 영화 한 편을 발표한다는 마음으로 썼다”며 미소 지었다.

‘무빙’ 다음 강풀 작가의 스텝은 뭘까. 그는 “저 역시 제 앞날을 모르겠다. 9월 21일 마지막 3회가 한꺼번에 풀리는데, 그 이후 행보가 정해질 것 같다. 저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고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많은 제안이 오는데, 지금은 머릿속을 비우고 있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무빙’의 후반부 관전포인트요? 14회까지는 어른들의 과거 이야기가 나와요. 그 이후엔 자식과 부모가 같이 어떤 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나와요. 15회부터는 이야기가 직선으로 가요. 쭉 가는 거죠. 중간에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긴 하지만 거의 5화 분량이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죠. 재미있게 봐주세요.(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