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자립 성공?…화웨이 메이트60 프로 '7나노' 탑재설에 무게(상보)
TSMC·삼성과 2세대 뒤처져…美제재 전 비축분 사용 의혹도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중국 화웨이가 3년 만에 5세대(5G) 이동통신이 가능한 플래그십(기함급)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를 출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에 사용한 칩셋과 이동통신 방식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2020년 미국의 수출통제로 인해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급 반도체를 납품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간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메이트60 프로에 7나노급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업계의 분석이 이어지면서 '중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는 4일(현지시간) 메이트60 프로를 분해해 내부 부품을 확인한 결과 메이트60 프로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기린9000s라고 발표했다. 기린9000s는 화웨이가 설립한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하이실리콘의 최신형 AP다. 메이트60 프로 출시를 계기로 그 존재가 알려졌지만 하이실리콘 측은 기린9000s의 성능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테크인사이트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가 기린9000s를 생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첨단 7나노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제재를 뛰어넘는 기술 수준이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트 부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으로선 매우 중요한 선언"이라며 "SMIC의 기술발전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7나노 공정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제재 이전, 하이실리콘의 마지막 AP 모델이었던 기린9000·9000e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5나노 제조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좁을수록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기에 기린9000s는 3년 전보다 여전히 부족한 성능을 보인다.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현재 3나노 양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2세대 이상 뒤처진 기술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블룸버그는 "최첨단 기술보다 5년가량 뒤쳐졌지만 화웨이가 제한된 수량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7나노조차 현재 양산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 정도에 불과하다. SMIC가 7나노 양산에 성공했다면 중국은 세계 4위 반도체 생산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메이트60 프로의 실사용 체감 성능은 호평 일색이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성능 테스트에서 메이트60 프로는 4나노 AP가 탑재된 애플의 최신 아이폰과 맞먹는 5G 속도를 보였다. 앞서 중국 IT 블로거들이 진행한 테스트에선 메이트60 프로의 다운로드 속도가 초당 500Mb를 보여 4G 최소 요구사항인 초당 100Mb를 5배 이상 상회했다. 한국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속도가 초당 896Mb인 것을 감안하면 5G에 근접한 수준이다.
SMIC가 7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2020년 자국 기술을 이용해 해외에서 설계·생산한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설비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로부터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납품받을 수 없게 됐다. SMIC도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로부터 수입할 수 없어 구형 반도체만 생산해 왔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이전에 비축했던 AP 재고 물량을 이번 메이트60 프로에 사용했을 거란 의혹도 제기된다. 월가 투자기관 제프리스 소속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메이트60 프로가 출시 몇시간 만에 동이 났을 정도로 초도 물량이 매우 소량이었다며 7나노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게 아니라 기존 비축분으로 생산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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