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다른 방향 가리키는 美 경기지표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2023. 9.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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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파 없었던 잭슨홀 미팅, 이제 금융시장이 주목해야 하는 것

8월 증시는 이전 랠리의 대가를 치르는 듯했다. 등락률이 8월 25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는 -4.3%, 나스닥은 -5.3%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그 과정에서 주가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잭슨홀 미팅(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개최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참석)에 대한 경계심리가 수시로 시장 심리를 압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월 24~26일) 열린 잭슨홀 미팅 이후 증시가 연저점을 테스트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이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한다면 지금보다 가계와 경제에 더 큰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성장 훼손을 감수하더라도 금리인상을 고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해 금융시장 전반에 일대 충격을 가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잭슨홀 미팅은 주식시장에 중립 수준의 재료만 제공한 채 종결됐다. 먼저 파월 의장이 "연준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되돌리는 것으로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7월 전년 동기 대비 4.7%)을 유지하고 있다"며 필요 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미국 증시가 속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후 금리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해 진행할 것이며 금리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해 이후 증시 반등의 동력을 제공했다. 그의 발언은 다분히 매파적이지만 지난해와 달리 시장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아 증시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리인상으로 무게중심 옮긴 잭슨홀 미팅

잭슨홀 미팅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금리 동결로 컨센서스가 유지됐지만, 11월 FOMC 정례회의 컨센서스는 동결(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확률 44.5%)이 아닌 인상(확률 46.7%) 쪽으로 옮겨갔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이는 향후 예정된 회의 전후로 그때그때 입수되는 지표들에 따라 수시로 인상 확률 변화가 일어나면서 금리 경로를 통해 증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또 파월 의장이 "추세 이상의 성장이 추가 긴축을 타당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장단기 금리차로 산출한 미국 경기침체 확률은 여전히 70%대에 달하기는 한다. 또 최근 미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 나이키와 메이시스 등 소비재업체의 주가 및 실적 부진, 역사적으로 고금리 기조에서 발생하는 경제 전망의 불투명성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는 4분기 이후 노랜딩보다는 소프트랜딩 경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단기적 문제는 다른 지표들이 경기침체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실시간 국내총생산(GDP) 측정 도구인 'GDP Now'는 미국이 3분기 5%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월 중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도 향후 18개월 동안 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7월 응답률 18%→8월 응답률 31%). 이런 데이터들로 판단한다면 연말까지 '미국 경기둔화 및 긴축 중단'을 베이스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만큼 당분간 주식시장은 긴축에 민감할 때 출현하는 '지표 호재를 증시 악재, 지표 악재를 증시 호재(Good news is bad news, Bad news is good news)' 국면에 재차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금리 변동성에 수시로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증시 조정의 주된 동인이던 과열 부담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은 금리 변동성이 유발하는 주가 하락 압력을 완충해줄 것이다(8월 25일 기준 개인투자자 심리지표인 불/베어 스프레드는 -3.6으로 8월 초 27.7에서 빠르게 하락).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 역시 3월(전년 대비 -25.5%)을 바닥으로 8월 말 현재(-5.4%)까지 하락폭을 축소해오고 있다는 점도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올해 미국 증시는 지난해와 달리 잭슨홀 미팅 이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뉴시스]

中, 국내 증시에 제한적 영향

미국은 지표가 호조세를 보일수록 연준의 추가 긴축 정당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지만, 중국은 지표가 취약하게 나올수록 침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고자 중국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0.1→0.05%), 기업공개(IPO) 일정 지연 및 대주주 지분 매도 규제와 같이 주식 공급 물량 축소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일련의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전날 중국 증시가 장 초반 5%대 급등한 이후 끝내 1%대 상승세에 그친 '전강후약' 장세를 연출한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 강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또 미국 상무장관과 중국 상무부 부장이 수출통제 정보 교환을 통한 안보 정책 오해 축소(미국 상무부), 양국 경제 및 무역관계 개선 노력(중국 상무부) 등을 논의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화해 모드보다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는 성격이 짙은 듯하다.

이처럼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아쉬움이 남은 가운데, 그래도 시장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중국발(發) 악재가 국내 증시에도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8월 17~23일 아시아 전반에 걸쳐 56억7000만 달러(약 7조5070억 원) 글로벌 주식형펀드 순매도가 발생했는데 이 중 중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전체의 약 82%인 45억7000만 달러(약 6조500억 원)인 반면, 한국에서 유출된 자금은 약 1억5000만 달러(약 1986억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국 증시의 부진이 현재보다 악화하거나 내부 부동산 위기 통제 실패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급으로 격화되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지양하는 편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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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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