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도 없는데 왜?... 롯데렌탈, 내년 9월 SK의 쏘카 잔여지분 무조건 661억 이상에 매입
총 587만2450주 두차례 분할 매수
1차는 661억원인데…2차 최대 802억원
시너지 효과도 글쎄
롯데그룹의 렌터카 전문 기업 롯데렌탈이 차량 공유 시장의 업계 1위 기업 쏘카 주식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잇따라 떠안고 있다.
카셰어링이 초단기 렌터카 시장으로 분류되는 특성상 카셰어링 업체와의 시장 경쟁 사전 차단 성격이 짙지만, 지분 평가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SK(주)가 보유했던 쏘카 지분을 시차를 두고 인수키로 결정, ‘오버페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SK(주) 지분도 안는다… 쏘카 지분 추가 매입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쏘카의 지분 17.91%를 SK(주)로부터 전량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쏘카 주식 총 587만2450주(17.91%)를 이달과 내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절반씩 매입하는 조건이다.
당장 오버페이 논란이 불거졌다. 이달 13일 1차 취득에서 전체 취득 수량의 절반인 293만6225만주를 약 661억원에 떠안기로 하면서다. 주당 가격은 2만2500원으로 이사회 결의일 종가(1만6110원)보다 40% 비싼 가격이다. 최대주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그렇게 사고 싶었으면 시장가로 사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롯데렌탈은 거래량이 많지 않은 쏘카 주식의 특성상 장내 매수 시 주가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렌탈 측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블록딜 거래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건 불리” 내년 2차 취득, 주가 아무리 내려도 주당 2만2500원에 인수
문제는 내년 2차 취득이다. SK(주)와 진행하는 쏘카 주식 2차 취득 때도 롯데렌탈은 최소 66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쏘카 주가가 현 주가보다 하락해도 무조건 주당 2만2500원에 인수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쏘카 주가가 오르면 1차 취득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수도 있다. 내년 9월 13일로 예정한 잔량 매수가액을 해당일 이전 3개월간 주가 평균에 기반해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내년 쏘카 주가가 오를 경우 롯데렌탈은 1차 취득과 동일한 수량의 쏘카 주식을 최대 141억원 더 비싼 802억원에 사야 한다. 이 경우 주당 인수가는 2만7300원까지 오른다.
일각에서는 롯데렌탈이 쏘카 투자 실책을 가리기 위해 불리한 지위에서의 지분 인수를 자처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렌탈은 쏘카 대주주인 에스오피오오엔지의 지난달 22일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쏘카 주식 105만2000주를 4만5172원에 떠안아야 했다.
지난달 22일 종가(1만2820원) 대비 3.5배로 비싼 가격이지만, 롯데렌탈은 작년 3월 쏘카 투자자로 참여하며 손해 보는 풋옵션을 맺었다. 투자자가 대주주의 물량을 받아주는 이례적인 옵션으로, 롯데렌탈은 105만2000주를 주당 4만5172원씩, 총 475억원을 써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만2000대인 주식을 주당 4만5000원 넘는 가격에, 그것도 475억원어치나 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롯데렌탈이 쏘카 주당 매입가를 낮추기 위해 서둘러 SK(주)로 손을 뻗은 모양새”라면서 “결국 SK(주)에만 좋은 거래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렌탈은 SK(주)와의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내놓은 입장 자료에서 “쏘카 공모가 2만8000원 대비 약 20% 낮은 금액”이라면서 “대규모 지분을 일시에 매입한다는 점에서 시장가 대비 높은 가격이 불가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시가총액의 75% 돈 쏟았는데, 지분은 32.91%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매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9월 13일 롯데렌탈은 쏘카의 2대 주주(32.91%)로 올라서게 될 전망이다. 2022년 3월 최초 1746억원을 투자해 지분 11.76%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풋옵션, SK(주) 지분까지 추가 매입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들인 돈에 비해 손에 쥔 쏘카 지분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풋옵션 행사로 475억원을 더 써야 하고 내년 9월 13일 SK(주) 지분 2차 취득에서 최대 802억원을 지불한다고 가정하면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에 쓴 돈은 총 3682억원을 뛰어넘는 탓이다.
전날 종가(1만4500원) 기준 쏘카의 시가총액은 4754억원이다. 시가총액의 77% 넘는 돈을 들였지만, 롯데렌탈이 쥐게 될 지분은 32.91%에 그치게 됐다. 업계에선 롯데렌탈이 쏘카 대주주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주가는 쏘카 지분 인수 발표에도 상승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장 마감 후 나온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인수 공시 영향으로 1일 주가는 종가 기준 2만7700원을 기록, 전일 대비 0.18% 하락했다. 전날도 재차 0.18% 내린 2만7650원에 장을 마쳤다. SK(주) 주가가 지난 1일 3.32%(장 중 한때는 6% 이상), 전날에도 0.94% 오른 것과 대비된다.
◇ 재무 부담 가능성에 롯데렌탈 주가는 하락
쏘카 투자에 따른 롯데렌탈의 재무 부담 가능성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쏘카 주식을 인수하는 데 쓰인 비용보다 시장에서 인정하는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터라 지분 평가손실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롯데렌탈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2022년 3월 모빌리티 사업 시너지를 목표로 쏘카에 1746억원을 투자한 지 1년 3개월여 만인 지난 6월 말, 이미 장부가 기준 175억원이 손실로 계상됐다. 인수가가 시가보다 비싼 만큼 추가 지분 인수 이후 평가손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렌탈이 카셰어링 업체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롯데렌탈은 2013년 10월 이미 쏘카와 같은 사업을 하는 카셰어링 기업 그린카 지분을 인수, 자회사에 편입했다. 하지만 현재 그린카는 점유율 하락과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롯데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쏘카 추가 지분 인수) 절대 금액 자체가 과하지 않다”면서도 “당장의 업무협력이나 시너지가 발생할지는 미지수다. 협력이 없다면, 이번 인수가 더 큰 매몰 비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렌탈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쏘카와 협업은 물론, 정량적·정성적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롯데렌탈 측은 “쏘카 회원 1300만명을 렌터카 잠재 고객으로 연결하고, 쏘카가 보유한 모두의 주차장 등 부가 서비스 제휴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쏘카 최대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 측이 2대주주와 얼마나 협조할지가 변수다. 만약 경영권을 넘길 의사가 전혀 없고, 롯데렌탈과 협업할 의지도 크지 않다면 롯데렌탈은 아무 의미 없는데 돈을 쓴 것이 되기 때문이다. 롯데와 SK는 각각 1명씩 기타비상무이사를 올려놓고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단독]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횡령 혐의, 그의 아내가 고발했다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