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 손흥민의 유럽 정복...'PL 이 주의 팀' 넘어 '유럽 5대 리그' 베스트 XI 선정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스트라이커 손흥민의 경쟁력은 프리미어리그(PL)를 넘어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PL 사무국은 4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2023-24시즌 PL 4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해 발표했다. PL 역대 최고 레전드인 앨런 시어러의 선택을 받은 11명의 선수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손흥민의 이름이 11명 명단에 포함됐다. 손흥민이 맹활약한 건 지난 2일에 열린 번리와의 경기였다. 토트넘은 영국 번리에 위치한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PL 4라운드에서 번리에 5-2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질주한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아스널 등과 함께 리그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번리전 승리는 2가지 이유에서 중요했다. 먼저 스트라이커 변화였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급박하게 떠난 후에 토트넘의 최대 고민은 스트라이커였다. 일단은 히샬리송이 케인의 자리에서 뛸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었지만 히샬리송이 토트넘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참담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히샬리송은 2022-23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이 가장 공을 들여 영입한 선수였다. 기본 이적료만 5000만 유로(약 712억 원)에 달하는 이적으로 토트넘 역대 이적료 2위에 올랐다. EPL에서 잔뼈가 굵은 스트라이커라 케인, 손흥민과의 시너지가 기대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공식전 35경기 3골 4도움에 그쳤다. 미드필더나 공격적인 풀백도 할 수 있는 공격포인트 기록만 내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의 불협화음, 토트넘 적응 문제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도 히샬리송의 첫 시즌은 최악이었다.
그래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면서 꾸준하게 선발로 기용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왔고, 결국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투입해 변화를 모색했다.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앞세워 토트넘의 대승을 이끌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고민을 완벽히 해결해줬다.
토트넘은 전반 4분 순식간에 실점하면서 끌려갔고, 초반 번리 압박에 고전했는데 손흥민이 바로 해결사로 등장해줬다. 전반 16분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손흥민을 향해 페드로 포로의 패스가 정확하게 배달됐다. 어려운 공을 쉽게 잡아낸 손흥민은 마노르 솔로몬에게 공을 넘겨준 뒤 크게 돌아뛰면서 슈팅 공간을 잡았다.
솔로몬은 수비수 견제를 받지 않고 있는 손흥민에게 다시 공을 보냈다. 완벽한 득점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클래스를 입증했다. 수비수와 골키퍼가 동시에 달려들자 침착하게 칩슛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첫 골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은 경기 분위기를 완벽히 바꿨다. 토트넘은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골을 터트리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9분 번리의 실수에 이은 제임스 메디슨의 추가골까지 나오면서 3-1을 만들었다. 경기력과 남은 시간을 계산해봤을 때 번리가 승점을 가져가는 건 어려워보였지만 번리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번리를 무너뜨릴 골이 필요했던 시점, 손흥민이 다시 등장했다. 후반 18분 미키 판 더 펜부터 시작된 공격이 데스티니 우도지를 거쳐서 솔로몬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은 순간 솔로몬과 공간이 겹쳤지만 바로 방향을 바꿔서 중앙으로 파고 들었다.
솔로몬은 중앙에서 슈팅 공간을 마련한 손흥민을 놓치지 않았고, 손흥민은 이번에도 솔로몬의 패스를 받아 깔끔한 마무리에 성공했다.
제대로 폭발하기 시작한 손흥민의 득점력은 해트트릭으로 이어졌다. 후반 2분 이번에도 포로의 발끝부터 시작이었다.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은 포로는 수비라인 사이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완벽한 패스를 밀어줬다.
손흥민의 속도는 번리 선수들이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손흥민은 수비수와 골키퍼가 견제할 수 없는 각도로 깨끗한 피니시를 보여줬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으로 5-1이 되면서 경기는 완벽하게 기울었다. 토트넘은 경기 막판 추가 실점을 내주긴 했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된 후였다.
약 1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은 EPL 전체로 봐도 최고 수준이었다. 시어러는 손흥민의 득점력을 두고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주인공이라는 부담감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며 극찬을 보냈다.
토트넘에서 극찬을 받은 건 손흥민뿐만이 아니었다. 주장 손흥민을 보필하는 부주장 메디슨도 베스트 일레븐에 포함됐다. 메디슨에 대해선 "또 다른 골이자 또 다른 최고의 경기였다. 토트넘 중원 안으로 원활하게 자리를 잡았다"며 좋은 영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감독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시어러는 "선수들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4-3-3 시스템에서 뛰는 걸 사랑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손흥민 옆 자리에는 같은 라운드에 해트트릭을 달성한 에반 퍼거슨(브라이튼),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가 자리했다.
메디슨이 포함된 중원에는 빌리 길모어(브라이튼), 데클란 라이스(아스널), 루이스 파케타(웨스트햄)도 이름을 올렸다. 수비진에는 조 고메즈(리버풀), 윌리 볼리, 조 워렐(이상 노팅엄 포레스트), 조던 픽포드(에버턴)가 뽑혔다.
손흥민이 PL 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건 약 1년 만이다. 2022-23시즌 초반 손흥민은 PL 득점왕 타이틀을 달고 초반에 득점을 터트리지 못하면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다. 레스터전에서는 벤치에서 출발해 더욱 위기론이 돌았다. 교체로 경기장에 투입된 손흥민은 마치 울분을 터트리듯 해트트릭을 폭발시키면서 최고의 경기를 만든 적이 있다.
손흥민은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하는 베스트 일레븐에도 이름을 올렸다. 'BBC'는 "히샬리송이 주중에 부진한 뒤에 벤치에 앉힌 건 토트넘에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고, 번리를 무너뜨렸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의 모습은 개인 커리어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다"며 극찬을 남겼다.
마지막으로는 "케인이 뮌헨으로 떠나고 그의 그림자가 없어지면서 토트넘 선수들은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넘겼고, 손흥민한테는 좋은 일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장 변화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의 경기력은 유럽 5대 리그로 넓혀봐도 최고 수준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5일 SNS를 통해 유럽 5대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11명의 선수를 조명했다.
토트넘에는 손흥민을 포함해 3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은 평점 9.61점을 기록하면서 퍼거슨, 빅터 보니페이스(레버쿠젠)과 함께 공격진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르로이 사네(뮌헨), 메디슨, 사비 시몬스(RB 라이프치히), 솔로몬이 선정됐다. 수비진은 쥴스 쿤데(바르셀로나), 커트 조우마(웨스트햄),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인터밀란)였다. 골키퍼 자리는 알렉산더 뉘벨(슈투트가르트)이 뽑혔다.
번리전을 마무리한 손흥민은 곧바로 웨일스로 이동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토트넘에서 오랫동안 함께 활약한 벤 데이비스와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공개돼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이제 손흥민은 2주도 안되는 시간 동안 토트넘 주장이 아닌 한국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 활약한다.
사진=게티 이미지, PL, BBC, 후스코어드닷컴,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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