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또 직격…“역대 최악 대통령”(종합)
트럼프 견제도…“전임자 中에 일자리 넘겨 되찾는 중"
유권자는 ‘시큰둥’…WSJ 조사서 경제정책 지지 37%
“지난 2년간 경제 더 나빠져…바이든 나이도 너무 많아”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기자] “내 전임자(the last guy)는 선출 때보다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퇴임한 (전직 미국 대통령) 역사상 두 명 중 한 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노동절인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노조 행사에서 “전임자가 재임했을 때 우리는 일자리를 중국으로 넘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바이든 대통령이 ‘리턴 매치’가 유력한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바이드노믹스 홍보하며 “전임자가 중국에 일자리 넘겨”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두 명 중 한 명의 전임 대통령은 대공황 당시 공화당 출신 허버트 후버(1874~1964년) 전 대통령이다. 그는 뉴딜정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그가 대공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 탓이다. 이에 후버 전 대통령은 종종 전직 대통령 평가 때 최악의 평가를 받곤 하는 인사다. 그런 후버 전 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놓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임자’로 칭하며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가 재임한 이후 일자리 1350만개를 창출했고 실업률을 3%대로 낮췄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며 “전임자가 중국에 넘긴 일자리를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거론하며 “우리는 전기차의 미래를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바꾸었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취임 당시만 해도 공급망 사태로 미국 기업들이 필요한 부품을 조달할 수 없었다”며 “공급망을 다시 미국으로 돌려놓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전임자가 여기 있을 때는 (맨해튼 번화가인) ‘파크 애비뉴’에서 세상을 봤지만, 나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델라웨어주 클레이몬트에서 세상을 본다”고 말했다. 자신이 부유층보다 중산층에 더 가깝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내년 대선과 직결돼 있다. 사법 리스크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며 오히려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공화당 지지층이 뭉칠 것을 우려해 사법 대신 경제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는 ‘시큰둥’…“바이든 나이 너무 많아, 경제도 더 나빠져”
미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견에 그닥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미 유권자 1500명 대상 8월 24~30일 진행)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7%에 그쳐 반대 의견(59%)을 크게 밑돌았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8%가 지난 2년 동안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28%만이 좋아졌다고 했다. 4명 중 3명은 인플레이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이외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서도 57%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해 부정적 견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에서 잘 대처하고 있다는 응답은 34%에 그쳤으며,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57%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기간 성과 및 미래 비전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 역시 각각 40%, 44%에 머물러 트럼프 전 대통령(각 51%, 52%)고 비교해 크게 밀렸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 후보로 나와 다시 대결을 펼칠 경우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엔 46% 동률을 이뤘다.
이외에도 응답자 가운데 73%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에 한정해도 응답자의 3분의 2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을 재선 도전의 최대 걸림돌로 판단했다. 이는 77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가 많다고 답한 응답자가 47%인 것과 대비된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그의 지지율이 왜 39%에 머물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과 더불어 경제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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