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기름값 끌어올리는 '네가지 변수'

김정덕 기자 2023. 9. 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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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 기름값
국제유가 당분간 상승세 전망
美 전략비축유 재고 최저 수준
美 석유 굴착장비 감소세 보여
OPEC+와 사우디, 감산 기조
미국 재선, 고유가 국면 변수

지난 7월부터 8월 말까지 국내 기름값이 8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름값 상승은 고물가를 부추기고, 고물가는 처분가능소득을 줄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치솟는 기름값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기름값은 언제까지 오를까. 추석 즈음엔 떨어진 기름값을 볼 수 있을까.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거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유가가 8주 연속 오름세다. 7월 첫째주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각각 리터(L)당 1569.20원, 1379.13원이었다. 8월 넷째주 가격은 각각 1740.78원과 1617.74원으로, 휘발유는 10.9%, 경유는 17.3% 올랐다.

경유 가격 상승률이 특히 높다는 건 자영업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지어 기름값은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상황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국제유가의 영향이 큰 만큼 외부 변수를 짚어봤다. 결과는 '당분간 흐림'이다.

■국제유가 변수➊ 전략비축유 =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재고 상황은 때론 국제유가에 선제 지표로 기능한다. SPR 재고량이 많으면 수요가 많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국제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SPR 재고량이 적으면 재고를 풀어야 할 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어서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그럼 현재 상황은 어떨까. SPR 재고량은 7월 7일 3억4676만 배럴로 최저점을 찍었는데, 1983년 8월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였다. 8월 25일 기준 재고량도 3억4954만 배럴로 7월과 비슷하다.

미국 내 공식 SPR 저장 용량이 7억1400만 배럴이라는 걸 감안하면 저장고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는 셈이다. 이를 선제 지표 관점에서 해석하면,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참고: 전략비축유는 실제 석유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SPR 재고량은 2010년 1월 7억2662만 배럴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1년부터 급격히 줄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미국이 자국 내 유가를 낮추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풀었다는 얘기다.]

■ 국제유가 변수➋ 석유 굴착장비 = 미국의 에너지기업들이 최근 9개월 연속 석유 굴착장비 수를 줄였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던 2020년 7월부터 미국 에너지기업들은 미국 내 석유 굴착장비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미국 석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2020년 8월 172기였던 미국 내 석유 굴착장비 수는 2022년 11월 627기로 264.5% 증가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석유 굴착장비 수가 줄어 8월 26일 현재는 512기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월보다 18.3% 감소했다. 언급했듯 석유 수요가 늘고 있는데 생산설비는 줄고 있다는 얘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생산설비 감소는 국제유가를 더 올릴 수 있다.

■ 국제유가 변수➌ 허리케인 = 최근 미국에 닥친 허리케인(이달리아)이 석유 공급망이나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연료 분배 시스템과 생산량 둔화에 영향을 미치거나 연료 소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과 수요 모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다. 다른 한편에선 "오히려 비상발전기 가동 등 허리케인 대비로 미리 석유를 구매해 소비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시장은 공급량은 줄고 소비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를 둔 듯하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8월 28일 배럴당 80.10달러에서 29일 81.16달러로 1.1% 상승했기 때문이다.

■ 국제유가 변수➍ 감산 기조 = OPEC+의 지속적인 감산 기조는 국제유가의 또다른 변수다. 이미 지난 6월 15일 OPEC+는 감산을 2024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자발적으로 일일 원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 더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 바람에 올해 2분기 사우디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015만 배럴이었지만, 지난 7월에는 902만 배럴로 줄었다. 사우디는 8월 초 100만 배럴 감산 조치를 9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히면서 "감산을 연장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사우디가 이 조치를 10월까지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11일(현지시간) "OPEC+가 2024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감산 조치를 유지한다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석유 재고량은 크게 줄고, 국제유가는 더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OPEC+를 이끄는 사우디와 러시아엔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우디는 현재 석유 의존도를 낮춰 젊은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자금을 대려면 국제유가가 받쳐줘야 한다. 미래형 계획도시인 네옴시티를 건설하는 것도 그 전략의 일환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서방 국가들이 가격 상한제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막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8월 24일 에드 모스 씨티그룹 원자재 담당 팀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OPEC+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수요가 부진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원유 공급 취약 5개국(이란ㆍ이라크ㆍ리비아ㆍ나이지리아ㆍ베네수엘라)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OPEC+가 국제유가를 떠받치기 위해서라도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겠냐는 거다.

■ 국제유가 변수➎ 하락요인 = 국제유가가 떨어질 만한 요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먼저 미국인들은 고유가 상황에 따른 불만이 적지 않다.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1갤런(3.78L)당 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꾸준히 하락했지만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1갤런당 3.21달러에서 8월 27일 3.82달러로 19.0% 올랐다. 워싱턴 DC와 하와이ㆍ유타ㆍ네바다주에선 평균 4달러를 웃돌고, 캘리포니아주에선 5달러를 넘겼다. 재선을 앞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든 자국 내 유가 낮추기에 나서지 않겠냐는 거다.

재선을 앞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고유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관심이 쏠린다.[사진=뉴시스]

기존 석유의 대체제인 셰일오일도 국제유가를 떨어뜨릴 만한 변수 중 하나다.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셰일오일 시추가 증가세를 띠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셰일오일 관련 기업들의 재투자율(자본 지출과 운영으로 인한 현금흐름 비율)이 상승했다. 슈퍼메이저를 제외한 18개 셰일 생산업체의 올해 1분기 재투자율은 58% 수준이었지만, 2분기엔 72%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비용이 늘고 투자가 줄어 원유 수요도 감소한다. 또한 금리인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유 수입국들의 부담이 커져 원유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중요한 건 아직은 국제유가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국제유가의 영향이 국내유가에 대략 2~3주 뒤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 변수가 강하게 작용하더라도 국내유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8월 한달만 해도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추석까진 기름값이 국민의 시름을 깊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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